골프 치는 스님이 들려주는 골프와 불교 이야기

입력 2018-07-25 11:31  

골프 치는 스님이 들려주는 골프와 불교 이야기
도범스님 '골프 공과 선사' 출간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골프와 불교, 스님.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조합은 아니다. 스님이 골프를 치는 모습이 선뜻 그려지지 않는다.
그런데 여기 골프를 치는 한 노스님이 있다. 우연히 골프채를 잡게 된 스님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인 수행과 골프의 닮은 점을 발견하고, 골프와 인생의 깨달음을 정리한 책까지 썼다.
미국 보스턴 문수사, 마이애미 보현사를 창건한 도범 스님이다.
'골프 공과 선사'(조계종출판사 펴냄)는 1980년대 후반 미국으로 건너간 스님의 골프 입문기이자 골프 예찬론이다.
스님이 골프를 치면 안 된다는 법은 없다. 골프가 대중화한 미국이라면 더 그렇다.
50대 중반 나이에 골프를 처음 배운 스님은 골프와 불교의 인연에 대해 찬찬히 풀어놓는다.
스님은 "골프는 남과 싸우는 운동이라기보다는 자신과의 싸움이요, 명상하면서 하는 운동이라서 불교와 관계가 깊다"고 말했다.
아무리 연습을 많이 해도 그날 필드에서 정신을 집중하지 않으면 실망스러운 게임을 하게 되는, 육체보다 정신력을 더 강조하는 운동이라는 설명이다.
마음을 안정되게 유지하려면 평소 심신 수련이 필요하다.
인간의 괴로움이 탐욕, 성냄, 어리석음에서 비롯되는 것처럼, 골프에서도 이 세 가지가 '미스샷' 원인이 된다. 마음을 비우고 집중해야 '굿샷'이 나온다.
"자신도 모르게 무심해지면 곧 마음이 비워진 상태요, 그때야말로 골프의 자연스러운 스윙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무심하다는 것은 어느 정도 마음이 비었다는 것이요, 공교롭게도 드라이버 헤드는 속이 비어 있습니다."(22쪽)
스님은 골프 공(ball)과 불교의 공(空)이 우리말 발음도 같지만 많은 의미를 함께한다고 말한다.
또한 골프가 18홀이고 홀컵 지름인 108㎜인 이유를 불교의 108번뇌와 연결해 설명한다.
1967년 해인사에서 일타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도범 스님은 한국의 대표적인 수행사찰인 봉암사 주지를 지낸 선승이었다.
도범 스님이 일주문 산문을 막아 선승들이 참선 수행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했다.
도범 스님은 "가장 어려운 싸움은 허욕이나 게으름과의 싸움이며 가장 가치 있는 일은 스스로 어제보다 오늘이 좀 더 나아지는 삶"이라며 몸과 마음을 꾸준히 단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24쪽. 1만5천원.
doubl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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