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다리' 폭염 꺾는 효자 태풍 될까…기상청 "가능성 작아"

입력 2018-07-25 17:11   수정 2018-07-25 21:40

'종다리' 폭염 꺾는 효자 태풍 될까…기상청 "가능성 작아"
견고한 북태평양 고기압 뚫을지 의문…언제든 방향 바뀔 수도
계절상 8월이 7월보다 더워…8월 중순에야 더위 누그러질 듯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괌 부근에서 발생해 일본 쪽으로 이동 중인 제12호 태풍 '종다리'가 한반도의 기록적인 불볕더위를 식힐 수 있을까.
태풍은 우리나라에 막대한 피해를 남길 때가 많지만, 때로는 한여름 폭염을 누그러뜨리는 '효자' 노릇을 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역대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된 1994년 7월에는 제7호 태풍 '월트'가 가마솥더위를 잠시나마 식혔다.
올해 더위는 1994년을 넘어설 가능성이 커 보인다.
경북 의성은 지난 24일 낮 기온이 39.6도까지 올라 현대적인 기상관측 장비가 도입된 20세기 초반 이래 역대 가장 높은 기온 5위를 기록했다.
자동기상관측장비(AWS)가 측정해 공식 기록으로 인정받지는 못하지만 같은 날 경북 영천과 경기 여주의 수은주는 각각 40.3도까지 치솟았다.
이런 가운데 25일 전해진 태풍 소식은 귀를 기울일 만했다. 이날 오전 3시께 괌 북서쪽 약 1천110㎞ 해상에서 올해 들어 12번째 태풍 '종다리'가 발생한 것이다.
'종다리'는 오후 3시 현재 괌 북서쪽 약 1천210㎞ 해상을 시속 19㎞ 속도로 북쪽으로 이동 중으로, 강도는 '약'이고 크기는 소형이다.
다음 주 월요일인 30일 오후 3시께는 독도 동북동쪽 약 190㎞ 해상에 도달할 것으로 예보됐다.
국가태풍센터 관계자는 "태풍이 소멸하는 시점에 동해 상에 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기압계가 언제든 바뀔 수 있어 우리나라 내륙에 상륙할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종다리'가 한반도 폭염의 기세를 꺾을 가능성은 작다는 게 기상청의 분석이다.
이 태풍이 과연 현재 전망대로 동해 상으로 이동할지조차 불확실한 상황이다.
'종다리'가 한반도에 굳건히 자리 잡고 있는 북태평양 고기압을 뚫고 국내에 진입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더욱이 '종다리'가 실제 일본을 관통할 경우 육지를 거치면서 세력이 약해질 가능성이 크다. 일본을 통과해 해상 기온이 낮은 동해에 도달하면 규모가 더 작아질 것으로 보인다.
태풍 '종다리' 영향으로 동풍이 불면 대기가 태백산맥을 넘으면서 서울을 포함한 서쪽은 오히려 더 고온 건조해질 수도 있다.
이런 요인에다 통상 무더위가 7월이 아닌 8월에 기승을 부린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최근의 기록적 폭염은 기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의 평년(1981∼2010년) 8월 평균 기온은 24.6∼25.6도로 7월(24.0∼25.0도)보다 높았다.
이런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불볕더위가 당분간 기세를 이어가다가 입추인 8월 7일을 지나 말복인 16일에 다다라서야 한풀 꺾일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가장 설득력 있어 보인다.


ksw08@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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