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SK건설이 라오스에 시공 중인 대형 수력발전 댐의 보조댐에서 많은 양의 물이 넘치면서 인근 주민 수십 명이 숨지고 수백 명이 실종되는 대형 수해가 발생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사고는 23일 오후 8시(현지시간)께 라오스 남동쪽 아타푸 주에 있는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 댐 보조댐의 물 50억t이 하류 6개 마을을 덮치면서 일어났고, 이재민도 1천300여 가구 6천600여 명에 달한다고 한다. 현재까지 우리 교민이나 주재원, 시공사 관계자의 피해가 없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사고 원인을 놓고 현지 언론은 보조댐의 '붕괴' 때문이라고 보도하는 반면, SK건설은 최근 내린 기록적 폭우에 따른 보조댐 범람 때문이라고 설명해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원인이 뭐든 많은 인명 피해가 난 큰 사고란 점에서 우선 사상자 수색과 이재민 구호에 주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라오스 정부는 사고 지역을 긴급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군과 경찰, 소방대원 등 가용 인력을 총동원해 구조와 수색을 독려하고 있다. SK건설도 사고 소식을 접한 즉시 서울 본사에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구조활동 지원에 나섰다. 한국 정부도 관계부처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사고 상황점검과 대책을 논의하는 등 신속한 대처에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긴급구호대를 파견하는 등 정부 차원의 강력한 구호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집중호우 때문에 현장으로 접근하는 도로가 끊겨 구조와 복구가 어렵다니 안타까운 일이다. 한국의 대형 건설사가 시공을 맡은 만큼 자칫 대응을 소홀히 할 경우 '건설 한국'의 이미지가 나빠지고,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에도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 정부와 SK건설이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말고 수습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 사업은 SK건설이 한국서부발전, 라오스 기업, 태국 전력회사 등과 손잡고 합작법인(PNPC)을 만들어 수주한 것으로 2013년 2월 착공했다. 발전용량은 410MW로 충주댐 규모이며, 내년 2월 상업 운전 시작을 앞두고 현재 본댐 2개와 보조댐 5개 중 4개가 완공된 상태라고 한다. 우리 정부의 공적개발원조(ODA) 기금도 955억 원 투입된 민관협력사업(PPP) 사업이라 한국의 국가 체면도 걸려 있다 할 수 있다. 사고 수습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원인 조사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SK건설은 "평소의 3배가 넘는 폭우가 쏟아져 본댐 주변 보조 흙댐 1개가 범람했으며 댐 상단 일부가 유실돼 붕괴라고 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현지 언론과 발전 운영을 맡은 한국서부발전은 보조댐 붕괴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결국 라오스 당국이 주도할 조사를 통해 규명될 전망이다. SK건설은 스스로 주장한 해명이 맞는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도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할 것이다. 혹여라도 부실시공 등 잘못이 드러나면 합당한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외국에서 진행될 조사여서 공정성 확보가 중요한 만큼 SK건설과 우리 정부가 이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한국과 라오스가 적극적인 지원 의사를 밝힌 유엔 등 국제사회와 손을 맞잡고 이번 사고를 신속히 잘 수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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