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전국 빵집 돌다 강릉서 우리 밀 제빵 기술 배워
강홍림 아름기획 대표, 미국산 밀 종자 들여와 직접 농사까지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수입 밀가루야말로 적폐 중 적폐입니다. 우리나라로 수입되는 밀가루는 농약 범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재배, 수확, 유통과정에서 각종 농약을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강홍림 아름기획 대표는 25일 오후 제주시 구산동길에 있는 카페 엄부랑에서 제주산 밀로 만든 빵을 선보였다.
엄밀히 말하면 밀 종자는 미국산이다. 글루텐 함량이 높아 빵 만들기에 적합한 미국산 품종을 제주에서 재배해 수확한 밀가루로 만든 빵이다.
국산 밀은 글루텐 함량이 낮아 빵보다는 국수를 만드는 데 적합하므로 일부러 빵 만들기에 적합한 밀 종자를 정식 검역 절차를 거쳐 들여왔다.
글을 쓰는 작가인 그는 몸무게를 30㎏이나 감량하는 과정에서 먹는 것이 건강에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우리가 먹는 것 가운데 밀가루를 재료로 하는 것이 의외로 많고, 우리나라 밀가루의 99%가 미국과 호주, 캐나다에서 수입된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밀 수확 전후에 다량의 농약이 살포되고, 밀가루로 빵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많은 종류의 화학물질이 첨가된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
빵을 먹으면 속이 더부룩한 느낌이 드는 주 요인이 밀가루에 섞인 화합물 때문이라는 것도 알았다. 그래서 직접 안전한 빵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글쟁이'(작가)가 '빵쟁이'(제빵사)가 된 이유다.
5년 동안 전국의 유명한 빵집을 다 찾아다녔다. 마지막으로 강원도 강릉에서 우리 밀로 빵을 만드는 빵집을 찾아서 제빵 기술을 배웠다. 유럽의 빵 레시피도 공부했다.
조그만 카페를 인수해 '엄부랑'이라는 이름을 달고, 처음에는 설탕과 버터 등을 전혀 첨가하지 않은 빵을 만들었다. 소비자 반응은 냉담했다. 오히려 일부 소비자는 첨가물을 조금 넣더라도 식감이 좋은 빵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수백 번의 시험을 거쳐 지금은 최소한의 설탕을 넣은 빵도 굽고 있다.
한 번은 제주도 내 빵집 주인들을 불러 레시피를 주며 건강한 빵을 만들어 팔도록 했다. 그러나 중력분인 국산 밀가루는 빵 만들기에 적합하지 않다며 모두 포기했다. 실은 우리 밀 가격이 2배 이상 비싸 수입산과 비교해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가 더 컸다.
강 대표는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안전한 빵을 먹기 위해서는 빵 만들기에 적합한 밀을 직접 재배해서 밀가루를 만드는 방법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올해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에 있는 6천여㎡의 밭에서 미국산 하드레드윈터 품종을 재배해 900㎏을 수확했다.
앞으로 재배면적을 늘리고 제빵 레시피를 확대하며 건강한 밀가루, 건강한 빵을 전국에 보급할 계획이다. 원하는 빵집에는 직접 재배한 밀도 보급할 예정이다.
최근 남북 평화 무드가 조성되며 철도 연결이 가시화되자 러시아 연해주에서 밀을 재배해서 국내로 들여오는 꿈도 꾸고 있다.
강 대표는 "생존과 생명, 평화를 의미하는 고귀한 빵이 우리나라에서는 천박한 자본주의에 반죽이 돼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밀가루 수출국들이 자국민이 먹는 밀에는 사용하지 않는 농약을 쓰면서 우리나라로 밀가루를 수출하고 있다"며 "수입 밀가루의 실체를 제대로 알고 안전한 밀가루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kh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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