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표준지공시지가 결정권한 이양' 요구…국토부 "검토 안해"
여의도 용산 개발 방식 두고도 '이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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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세종=연합뉴스) 박초롱 윤종석 기자 = 서울시와 국토교통부가 민감한 부동산 정책을 두고 이견을 노출하며 대립각을 키우는 모양새다.
앞서 박원순 시장의 여의도 용산 개발 계획에 대해 김현미 장관이 '정부와 협의 없이는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견제한 데 이어 이번에는 서울시가 표준지 공시지가 산정 권한 이양을 요구하자 국토부는 전국의 공시가격 균형을 위해 넘길 수 없다고 맞섰다.
서울시는 지난 19일 국토부에 박 시장 명의의 공문을 보내 표준지 공시지가 결정·공시 권한이 시·도지사에 이양될 수 있도록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 개정을 요청했다고 25일 밝혔다.
현재 표준지 공시지가 결정은 국토부 장관의 고유 권한이다. 국토부가 전국의 토지 중 대표성 있는 필지를 선정해 매년 표준지의 단위 면적당 가격을 공시한다.
각 지자체는 이를 기준으로 정해진 산식에 따라 각종 세금 부과의 근간이 되는 개별지 공시지가를 산출한다.
서울시는 공문을 통해 "서울의 지가수준이 현실 가격에 못 미쳐 과세 불평등을 초래하는 등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며 "공시지가 현실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개별공시지가 산정의 기준이 되는 표준지 공시지가가 현실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달 초 보유세 개편안을 발표했으나 세금 산출 근간인 공시가격이 낮다 보니 그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의 요구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경실련은 "1989년 공시지가 도입 이후 30년간 엉터리 표준지공시지가가 발표돼 막대한 불로소득이 사유화됐고, 부동산 거품을 키웠다"며 "박원순 서울시장의 표준지공시지가 결정 이양 요구를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토부는 지난 십수년간 (표준공시지가) 개선을 외면해 왔으며, 여전히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며 "국토부가 독점할 것이 아니라 원칙과 기준을 정해 개별 지자체에서 산정하면 가격의 정확성이 높아질 것이고 투명성도 제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거부 의사를 명확히 했다.
국토부는 보도참고자료를 내고서 "공시가격의 현실화율은 전국에 걸친 균형이 중요하기 때문에 표준지 공시가격 결정 및 공시 권한을 지자체로 이양하는 방안을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앞으로 공시가격의 현실화율 제고와 관련해 서울시를 포함한 각 지자체와 긴밀히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와 국토부는 박 시장이 밝힌 여의도 용산 개발 방안을 두고도 껄끄러운 관계다.
박 시장은 지난 10일 싱가포르 출장지에서 여의도를 신도시급으로 개발하고 용산에는 대형 광장을 조성하는 한편, 서울역∼용산역 철도는 지하화하는 내용의 여의도·용산 개발 청사진을 공개했다.
이에 김 장관은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회의에서 작심한 듯 "서울시의 여의도·용산 개발 계획은 정부 협의 없이는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 장관은 서울시의 개발 계획 발표로 인해 여의도와 용산 일대의 부동산 가격이 두드러지게 상승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박 시장은 이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의 팟캐스트인 '서당캐'에 출연해 "여의도는 서울의 맨해튼처럼 돼야 한다"며 여의도 통합 개발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단, 박 시장은 "어느날 한꺼번에 한다는 식이 아니라 종합적 가이드라인과 마스터플랜 아래 여의도 개발을 진행할 것"이라며 여의도 개발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하기도 했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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