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박스를 어디서 입수했는지는 기억해 내는 데 어려움 겪어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신경작용제인 '노비촉'에 중독됐다 회복된 영국의 40대 남성이 포장상자 속에 든 향수병에 노비촉이 들어있었으며, 이를 향수인 줄 알고 뿌리다가 자신과 여자친구가 중독됐다고 밝혔다.
노비촉 중독 피해자인 찰리 롤리(45)는 25일(현지시간) 영국 ITV와의 첫 언론인터뷰에서 자신과 여자친구가 어떻게 노비촉에 중독됐는지에 관해 입을 열었다.
앞서 찰리 롤리와 던 스터지스(44) 커플은 '러시아 이중스파이' 암살 시도 사건이 발생한 솔즈베리에서 13km 떨어진 에임즈버리의 한 건물에서 러시아가 군사용으로 개발한 신경작용제인 노비촉에 중독돼 쓰러졌다.
스터지스는 치료를 받던 중 지난 8일 사망했다. 롤리는 의식을 회복해 지난 20일 퇴원했다.
롤리는 셀로판 포장지로 포장된 고급스러운 박스를 발견했는데, 그 안에는 향수병이 들어있었다고 설명했다.
롤리는 이를 스터지스에게 선물로 줬고, 그녀는 손목에 뿌렸다.
그는 "15분도 지나지 않아 던은 머리가 아프다며 두통약이 있는지 물었다. 이어 그녀는 욕조에 들어가 누워있겠다고 했는데 조금 있다 가보니 그녀가 옷을 입은 채로 쓰러져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자신 역시 그녀에게 향수병을 건네는 과정에서 안에 든 액체에 조금 노출됐는데, 향수 냄새가 아니라 기름기가 있는 물질이어서 바로 씻어냈다고 밝혔다.
롤리는 자신이 어떻게 쓰러졌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친구들은 자신이 입에 거품을 물고 비틀거리다 쓰러졌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가장 의문점인 포장 박스를 어디서 어떻게 입수하게 됐는지는 기억해 내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사용된 흔적이 없는 것으로 봤을 때 불법적으로 획득한 것은 아닌 것으로 여겨진다고 밝혔다.
그는 사람들이 공공장소에서 물건을 함부로 집어 들지 말 것을 경고했다.
롤리는 "사람들은 그것이 화장품이든, 포장이 돼 있든 간에 물건을 집어 들 때 주의해야 한다. 아무것도 집어 들지 말라는 것이 내가 보내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자신이 아닌 누구라도 이 물건을 집어 들었다가 중독됐을 수 있다며, 노비촉을 공공장소에 둔 사람들이 무책임하다고 비난했다.
롤리는 스터지스의 죽음에 대해 "그녀는 매우 세심하고 사랑스러운 엄마이자 여성이었다"면서 "사람들은 나보고 운이 좋았다고 하지만 파트너를 잃었다. 나에게 책임이 있는 것처럼 여겨진다"고 자책했다.
ITV는 노비촉이 포장된 박스 안 향수병에 들어있었다는 롤리의 설명을 토대로 추정해보면 더 많은 노비촉이 공공장소에 버려져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롤리를 중독시킨 노비촉이 지난 3월 '러시아 이중스파이' 암살 시도에 사용된 것과 같은 물질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고 밝혔다.
pdhis95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