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 경기 얼어붙어…올해 '상고하저' 흐름 예상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김수현 기자 = 한국 경제가 상반기에 작년 동기대비 2.9% 성장하며 그럭저럭 버텨낸 것으로 평가되지만 하반기 전망에는 우려가 짙다.
내수가 좀처럼 뒷받침해주지 못하는 가운데 미·중 무역 갈등으로 수출 전선에도 노란불이 들어와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어서다.
반면 상방 요인은 크지 않아서 일각에서는 한국은행이나 정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2.9%)를 두고 회의적인 반응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지난해 분기별 성장률, 상·하방 요인들을 고려할 때 올해 경기는 '상고하저' 흐름을 보일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 상반기 선방했지만, 불안한 경기 상황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2018년 2분기 국민소득(잠정)'을 보면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보다 0.7% 성장했다.
분기 성장률은 작년 2분기 0.6%에서 3분기 1.4%로 확대됐다가 기저효과 때문에 4분기 -0.2%로 뒷걸음질쳤다. 올해 1분기 1.0%로 1%대를 다시 회복했지만 바로 0%대로 내려앉았다.
상반기 성장률은 2.9%로, 한은이 최근 수정한 전망치와 같다. 한은이 보는 잠재성장률 수준 이상이기도 하다.
문제는 상반기 성장을 이끈 소비와 투자, 수출이 모두 급랭할 조짐을 보인다는 점이다.
소비는 꾸준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개선세가 더 커질지 미지수다. 소비의 핵심 변수인 고용 부진이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취업자 증가 폭은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10만명 전후에 머물렀고, 지난 5월에는 7만2천명으로 10만명 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고 자동차, 조선 등 주력 산업이 계속해서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투자도 예상보다 둔화 폭이 크다는 평이 나온다. 건설투자는 정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감축, 부동산 규제 등으로 2분기 1.3% 감소했다.
설비투자는 1∼5월 4.8% 늘었으나 반도체를 제외하면 -1.4%로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국내외 정책금리 상승과 맞물려 시장금리가 오르는 점도 설비투자를 제약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 상황도 밝지 않다. 미·중 무역분쟁이 고율 관세 부과로 점차 현실화하고 있어서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미국이 2천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 부과를 매길 경우 한국의 대중 수출은 100억 달러 가까이 감소할 수 있다.
◇ 체감 경기 악화에 미중 무역분쟁까지…2.9% 성장 가능할까
체감 경기는 빠르게 악화하는 모양새다.
성장세는 둔화하는 가운데 유가 상승과 공공요금 인상 등으로 물가 오름폭만 커진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체감 물가 상승은 소비·투자 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
소비자심리지수(CCSI)도 이달 101.0으로 1년 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달과 비교해 4.5%포인트 하락해 2개월 연속 떨어졌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글로벌 투자 심리 자체가 위축되면 한국 수출이 예상보다 급감할 수 있다는 우려가 퍼진다.
특히 미국 금리 인상으로 빚어진 한미 금리 역전은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확산할 때 외국인 자금 유출에 속도를 붙일 수도 있다.
정책 당국의 세심한 위기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이미 우려는 성장률 전망에 일부 반영되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이달 들어 올해 성장률 전망을 3.0%에서 2.9%로 낮췄다.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2.9% 성장하기 위해서는 3분기와 4분기에 0.82∼0.94% 성장해야 한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는 "국내에서는 고용 절벽이나 부동산 거래 둔화, 금리 상승, 대외로는 미중 무역 갈등과 보호무역조치가 하방 요인"이라며 "신산업 육성이나 규제 완화가 상방 요인이 될 수 있지만 하방 요인에 비해 영향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하반기에도 상반기만큼 성장해야 하는데 투자 중심으로 내수가 침체하고 있고 수출도 어려워 보여 올해 2.9% 성장은 쉽지 않아 보인다"라며 "지금보다 더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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