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反테러법 처리…용의자 장기구금·집회권리 제한 등 포함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터키의회가 국민 기본권을 크게 제한하는 내용의 강력한 '반(反)테러법안'을 처리했다.
야권과 인권단체는 최근 해제한 국가비상사태를 재선포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터키의회는 25일(현지시간) 대테러 수사권을 강화하고 집회권리를 제한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반테러법안을 찬성 288표 대 반대 95표로 의결했다.
이 법안은 국가비상사태 행정명령으로 부여된 정부 권한을 아예 법으로 신설한 것이다.
새 대테러법에 따르면 사법당국은 범죄사실 소명 없이도 테러 용의자를 나흘간 구금할 수 있다.
특수한 상황에서 구금 기간이 연장될 수 있어서 당국이 테러 관련 용의자로 판단하기만 하면 구체적인 근거 없이도 장기간 인신 구속을 할 수 있다.
또 주지사는 테러조직에 연계된 것으로 의심되는 군인, 경찰, 전투경찰(잔다르마) 등을 해임할 수 있다.
일몰 후 옥외 집회도 제한된다.
새 대테러법은 3년간 한시적으로 시행된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끄는 정의개발당(AKP)과 이에 연대하는 우파 '민족주의행동당'(MHP)은 야당의 반대에도 수적 우세로 법안을 밀어붙였다.
야당과 인권단체는 이 법이 이달 19일 새벽 1시 해제된 국가비상사태 때 시행된 행정명령을 사실상 법제화한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국가비상사태를 법으로 연장하려는 술책이라고 주장했다.
제1야당 공화인민당(CHP) 소속 의원 6명은 성명을 내고 "국가비상사태로 인해 발생한 정의와 민주주의의 상처를 치료해야 할 시기에 상흔을 더 악화시키는 일이 벌어졌다"고 성토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새 반테러법은 국가비상사태하에 부여된 대통령과 행정부의 과도한 권한을 상당수 존속시키는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터키정부는 2016년 7월 21일부터 이달 19일까지 국가비상사태가 유지된 2년간 '펫훌라흐 귈렌주의 테러조직'(FETO) 연루 혐의로 7만7천 명이 넘는 인원을 구속기소 하고, 군인과 공공부문 종사자 16만 명을 직위 해제하거나 해임했다.
FETO는 터키가 쿠데타 모의 배후로 지목한 재미 이슬람학자 귈렌을 추종하는 세력을 가리킨다.
tr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