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실리콘 기술 빼돌려…아들 명의로 중국에 회사 설립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국내 첨단 기술을 중국 업체로 빼돌리는 대가로 거액을 챙긴 한국인과 중국인들이 잇따라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중국인과 합작 업체를 설립해 이전 직장인 외국기업 한국법인의 기술을 유출한 혐의(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류 모(57) 씨를 구속했다고 26일 밝혔다.
외국계 실리콘 제품업체 한국법인 부사장이던 류 씨는 2015년 7월 중국인 K(47) 씨와 합작해 중국 법인 A사를 세운 다음 지난해 3월까지 원래 회사에 계속 다니면서 핵심기술을 A사로 유출한 혐의를 받는다.
그가 유출한 실리콘 특수가공액 성분구성표, 공정 매뉴얼 등은 핵심 영업비밀로, 동종업계에 있는 사람이라면 이를 토대로 같은 제품을 바로 만들어낼 수 있는 정도라고 경찰은 전했다.
류 씨는 중국의 동종업계 종사자였던 K 씨 제안으로 A사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유출 의혹을 받지 않으려고 A 사를 자기 아들 명의로 세우고는 자문료 등 명목으로 총 6억 원을 역시 아들 명의로 받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류 씨가 원래 다니던 업체는 그의 범행으로 매출액이 약 70억 원 감소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류 씨의 중국 법인도 입건하고 K 씨를 지명수배했다.
디스플레이용 기판유리 업계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적발됐다.
국제범죄수사대는 2013년 7월 중국 경쟁업체 B사로 이직하면서 생산설비 설계도면 등을 유출한 혐의로 김 모(44)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김 씨는 한국 회사 퇴사 직전 도면 관리 시스템에 집중적으로 접속해 도면을 열람하고 관련 정보를 B사 기술부장인 중국인 S(52) 씨에게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직 후에는 공정품질 개선 보고서를 직접 작성하거나 B사의 자동화 설비 문제 해결 회의에 참석하는 등의 방식으로 기술을 유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첨단 기술을 다뤘던 김 씨는 영업비밀을 타사에서 활용하는 것이 계약으로 금지돼 있었으며, B사로 이직한 사실을 숨기려고 가명으로 활동했다.
그는 이직 후 기존의 2배에 달하는 액수인 연봉 약 1억6천만 원, 중국 현지 주거비, 자동차, 통역, 월 1회 한국 왕복 항공권 등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B사도 입건하고 B사 기술부장 S 씨를 지명수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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