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흔적과 파괴만 남았다…그리스 산불 생존자 절규

입력 2018-07-26 11:03  

죽음의 흔적과 파괴만 남았다…그리스 산불 생존자 절규
신혼여행 아일랜드 커플 중 남편 사망…그리스 언론 "아마겟돈"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고통, 고통…우리는 모두 고통스러워 하지만 누구도 이를 결코 알지 못할 것이다."
지난 23일 오후(현지시간) 대형 산불이 훑고 간 그리스 아테네 북동부의 조그만 휴양지 마을에 죽음의 흔적과 파괴만 남은 가운데 안타까운 사정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많은 이가 질식하거나 차 안에서, 또는 바닷가 옆 절벽에 갇혀 죽어갔지만, 다른 이들은 바다로 뛰어들거나 마침 다른 지역에 갔다가 목숨을 구하기도 했다.
남편과 함께 아테네의 의사를 만나러 갔다가 화를 면한 마리아 디오니시오티(67)는 대표적인 피해자 중의 한 명이라고 가디언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마리아는 최대 시속 124㎞의 강풍을 동반하고 갑자기 방향을 틀기도 한 화염에 너무도 많은 것을 잃었다.
생후 6개월 된 손자는 엄마 품에서 숨졌고, 마리아의 딸이기도 한 엄마 마가리타는 병원 중환자실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
그의 사촌은 아내, 딸과 함께 차 안에서 고통스럽게 숨졌고, 또다른 사촌의 딸인 13살의 그리고리스는 절벽에서 뛰어내렸다. 친척 여러 명은 여전히 실종상태다.
마리아 자신과 딸의 집 역시 잿더미가 됐고,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마리아는 "신은 이런 일을 설명할 말들을 우리에게 주지 않았다. 이러한 일을 옮길 말이 있으면 내게 말해 달라"며 "인간의 영혼이 그러한 일들을 감내할 수 있을까"라고 애끊는 심정을 토로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피해 현장 조사가 이뤄지면서 인명 및 재산 피해도 커가고 있다.
최소 81명이 숨졌고 180명 이상이 부상했으며 실종 신고 전화만도 수십 통에 달하는 등 실종자만도 수십 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악의 피해를 본 마티지역의 주택 1천900채, 네오 부차스의 주택 1천100채 중에서 3분의 2가 불타버렸다.
한 여성은 비상 상황이지만 안내자 한 명 없는 상태에서 주민들이 속절없이 숨져간 것을 지적하며 "우리는 쥐처럼 타도록 남겨졌다"고 비상 계획의 미비를 원망했다.
또 마티에 사는 한 의사도 방송 인터뷰에서 "이토록 작은 마을에서 어떻게 그렇게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을 수 있을까"라며 "뭔가 단단히 잘못됐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안타까운 사연도 전해졌다.
지난주 결혼해 마티로 신혼여행을 온 아일랜드 커플은 차를 타고 이동하다가 화염에 포위됐고, 결국 신랑은 숨졌고 신부는 화상을 입은 채 겨우 목숨을 건졌다.
한 젊은 여성은 현지 TV 방송에 나와 "엄마를 찾고 있어요"라며 눈물과 함께 도움을 호소했다.
그리스 일간 에스노스는 1면에 까맣게 탄 나무의 가지들 사이에 매달려 있는 타버린 그리스 국기의 사진과 함께 종말을 뜻하는 "아마겟돈"을 크게 써놓기도 했다.



cool2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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