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민사회 대표들 '경영참여 선언' 강하게 주장
박능후 "경영참여 조기도입으로 수익성 하락하면 안 돼"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신재우 기자 = 국민연금 최고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가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지침인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의결을 뒤로 미뤘다.
국민연금이 사외이사 추천 등 경영참여에 해당하는 주주권도 행사해야 한다는 의견이 노동조합·시민단체 추천 위원들을 중심으로 강하게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26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서울호텔에서 2018년 제5차 회의를 열고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안건을 논의했으나 의견을 모으지 못했다.
기금위는 오는 30일 제6차 회의를 열어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안을 재논의해 의결하기로 했다.
기금위는 보건복지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정부인사 당연직 6명과 사용자, 근로자, 지역가입자 대표와 전문가를 포함한 위촉위원 14명 등 총 20명으로 구성된다.
이날 회의에는 위원 16명이 참석했다. 오전 7시 20분에 시작해서 9시께 끝날 것으로 예상됐으나 주주제안을 통한 사외이사 추천 등의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 문제를 두고 격론이 벌어지면서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오전 10시 30분께 종료됐다.
보건복지부는 스튜어드십코드 최종안에서 주주제안을 통한 사외이사 후보 추천이나 국민연금이 의사관철을 위해 다른 주주로부터 의결권을 위임받아 행사하는 위임장 대결 등 자본시장법상 '경영 참여'에 해당하는 활동은 '제반여건이 구비된 후 재검토'하기로 했다.
'연금사회주의' 논란과 '경영간섭' 비판에 정부가 한발 물러섰다고 일각에서 비판하는 대목이다.
이날 노동조합과 시민단체에서 나온 위원들은 "국민연금의 경영참여를 뒤로 미루지 말고 이번에 과감하게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는 이번에 신설될 '수탁자책임위원회'가 의결한 이사선임 제안 등은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스튜어드십코드 도입방안을 연구한 고려대 산학협력단은 국민연금이 중점감시회사(Focus List) 지정, 임원 후보 추천, 위임장 대결 등 적극적인 활동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재계 측 대표자들은 경영참여를 일단 배제하는 안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능후 장관은 이날 도입안 의결이 미뤄진 데 대해 "경영 참여를 선언하고 세부적으로 다듬어갈 것인지, 경영 참여를 보류하고 제반 여건이 갖춰지면 방안을 마련할 것인가를 두고 이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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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의 주된 이유는 수익성 제고"라면서 "법 개정 등 제반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경영 참여를 도입해 오히려 수익성에 마이너스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밝혔다.
기금위에서는 위탁운용사에 국민연금의 의결권을 위임하려는 방안과 관련, 기업과 이해관계가 얽힌 운용사가 대부분인 점을 고려해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또 세부방안 각각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쟁점별로 찬반을 물을지, 전체 도입방안에 대해서만 찬반을 물을지 의사 결정 방식에 관해서도 토론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복지부는 30일에는 이날 위원들이 제기한 의견을 바탕으로 수정안을 만들어 원안과 함께 올릴 예정이다. 원안 통과, 수정안 통과, 추후 논의 등으로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날 회의를 마치면서 스튜어드십코드 논의를 30일에는 마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다"면서 "논의가 접점을 찾지 못하면 최종적으로는 찬반 투표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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