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파격·에너지…손열음이 처음 칠한 평창의 밤

입력 2018-07-26 11:39  

젊음·파격·에너지…손열음이 처음 칠한 평창의 밤
평창대관령음악제 개막 공연…신선한 기획·창의적 프로그램 돋보여
클라라 주미 강·김선욱 '절친들' 지원 사격



(평창=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지난 25일 대관령의 밤은 그 어느 때보다 신선하고 생동하는 클래식 선율로 가득 찼다. 이날 오후 7시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 콘서트홀에서 열린 올해 제15회 평창대관령음악제 개막 공연은 32세에 예술감독 자리에 오른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기획력과 젊은 감각이 또렷하게 빛난 무대였다. 손열음은 3시간 30분에 걸친 실내악 마라톤을 창의적인 프로그램과 수준 높은 무대로 구성하며 예술감독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치렀다는 말을 들었다.
손열음은 프로그램 북을 통해 "2004년부터 한 해 평균 50곡의 실내악곡을 쉴 새 없이 무대에 올린 평창대관령음악제에서도 아직 연주되지 못한 곡이 산더미"라며 "지난 14년간의 축제 동안 단 한 번도 무대에 오르지 못한 곡들로 채워봤다"고 기획 방향을 밝혔다.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었지만 대중이 좋아하는 곡과 연주자들을 적절히 배치함으로써 청중의 부담을 줄였다.


바이올리니스트 닝 펑의 솔로 무대로 시작한 공연은 바이올린 2대를 위한 소나타로, 피아노 3중주, 4중주 무대로 이어지며 함께하는 음악의 즐거움과 아름다움을 뚜렷하게 보여줬다.
아무 조표도 없는 A단조와 C장조 곡으로 무대를 연 데 대해 손열음은 프로그램 북을 통해 "조금은 의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후반부 메인 레퍼토리로 연주된 드보르자크 피아노 사중주 2번과 슈베르트 피아노 삼중주 2번은 공교롭게도 같은 조성(E플랫장조)을 지녔다.
전임 예술감독들이 수년간 클래식 발상지인 유럽 각 지를 축제 주제로 삼은 점을 고려해 러시아(프로코피예프), 프랑스(드뷔시), 동유럽과 서유럽(드보르자크와 슈베르트)을 적절하게 배합한 것도 반짝이는 아이디어였다.


정경화·정명화를 비롯해 한 시대를 풍미한 거장들의 출연으로 주목받던 이전 축제와 달리 축제 참가자들의 연령이 확 낮아진 것도 눈에 띄었다.
이날 마지막 무대에 오른 김선욱과 클라라 주미 강은 한국 차세대 클래식을 대표하는 스타들이자 손열음과 한국예술종합학교 시절을 함께한 '친구'들이다.
김선욱과 클라라 주미 강, 역시 같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인 첼리스트 김두민이 선보인 슈베르트 피아노 3중주 2번은 실내악 레퍼토리 중에서 가장 유명한 곡 중 하나. 특히 슈베르트 특유의 우수와 신비로운 색채로 가득 찬 2악장은 전도연 주연 영화 '해피 엔드' 등 수많은 영상 매체에 삽입돼 청중에게도 친숙하다.
김두민의 선 굵고 애절한 첼로 선율, 김선욱의 물방울이 번지는 듯한 섬세한 피아노 터치, 클라라 주미 강의 안정적이고 탄탄한 기량이 잘 어우러진 이 작품이 끝나자 객석에선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김성환 강원문화재단 이사장은 공연이 끝난 뒤 "새 예술감독의 취임으로 축제가 확실히 젊어지고 힘 있어졌다"며 만족해했다.
한정호 음악 칼럼니스트 역시 "그간 축제에서 보지 못한 새 얼굴들과 새 프로그램들이 신선했다"며 "신구 세대의 조화로운 배합으로 기존 음악제 팬층까지 끌어안으려는 노력은 필요해 보인다"고 평했다.
다만 3시간 30분이란 공연 시간은 다소 욕심이 과했던 부분으로 보인다. 긴 공연 시간 때문에 인터미션을 두 번이나 가졌는데, 인터미션이 끝날 때마다 긴 프로그램에 지친 관객이 눈에 띄게 좌석을 비워 아쉬움을 남겼다.
sj997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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