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임종헌 USB서 문건 확인…박 前대통령에 '치적' 홍보도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김계연 기자 = 양승태 사법부 시절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에 반대하던 대한변호사협회를 압박하기 위해 변호사 성공보수 관련 소송의 결론을 사실상 미리 내놓고 재판을 기획하려 한 정황이 드러났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신봉수 부장검사)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압수한 USB(이동식저장장치)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이런 구상이 담긴 문건들을 확보한 것으로 27일 전해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행정처가 2015년 1월 작성한 '형사사건 성공보수 규제 도입 검토'라는 제목의 문건에서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을 무효화해 대한변협에 압박을 가해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적혀 있다.
실제로 대법원은 2015년 7월23일 판례를 변경해가며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을 민법상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 보고 무효라고 판결했다. 종전 판례는 성공보수 약정을 원칙적으로는 유효하다고 보고, 금액이 부당하게 과한 경우에만 신의성실 원칙을 들어 일부를 무효로 판단했었다.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면담을 앞둔 같은 해 8월 1일 문건에는 양 전 대법원장이 성공보수 무효판결을 대법원의 '치적'으로 거론하면서 박 전 대통령에게 상고법원 지원을 요청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행정처는 상고법원에 반대하던 대한변협을 압박하기 위해 하창우 전 대한변협 회장의 수임내역과 재산을 조사하는 등 사실상 민간인 사찰에 해당하는 공작을 벌인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검찰은 이날 하 전 회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당시 성공보수 관련 소송의 진행 경과를 물었다.
하 전 회장은 검찰 조사를 받고 나서 기자들과 만나 "양승태 사법부가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성공보수 약정을 무효화하기로 기획하고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청와대에 지원을 요청했다"며 "이는 상고법원을 도입하기 위해 판결 결론을 미리 내리는 기획을 하고 대법관들이 동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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