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창고 대형 항아리에는 어떤 음식을 담았을까

입력 2018-07-26 16:36   수정 2018-07-26 18:01

신라 창고 대형 항아리에는 어떤 음식을 담았을까
쌀겨 성분 분석에 관심…"액체나 발효식품 가능성"
왕실 혹은 사찰로 추정되는 사용 주체도 미스터리



(경주=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경주 성건동 창고 유적은 대형 항아리가 매우 많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또 항아리가 파손되면 그 위에 또 다른 항아리를 올려 재활용했다는 흥미로운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차순철 서라벌문화재연구원 조사단장은 경북 경주 성건동에 출현한 8세기 초대형 신라 창고 유적에 대해 26일 이같이 설명하면서 "신라 생활사를 밝히는 데 매우 중요한 자료가 나왔다"고 강조했다.
성건동 신라 창고 유적은 바닥이 뾰족한 대형 항아리가 밀집한 독특한 풍경만으로도 호기심을 자아냈다. 지금까지 확인된 항아리만 50여 개인데, 지름과 높이가 1m에 달했을 항아리에 어떤 음식이나 식재료가 담겼는지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다만 일부 항아리 안에서는 청동 국자, 청동 자루, 청동 용기 뚜껑과 함께 뭉친 쌀겨가 발견됐다. 쌀겨는 현미를 도정해 백미를 만들 때 나오는 외피와 배아 혼합물을 뜻한다.



서라벌문화재연구원 관계자는 "항아리에 쌀을 넣었는데 쌀겨만 남은 것인지, 도정한 뒤 발생한 쌀겨를 보관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며 "발효식품을 만드는 데 쌀겨를 사용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쌀겨와 함께 나온 청동 국자는 항아리에 액체나 젓갈 같은 음식을 담았을 것이라는 추론에 힘을 싣는다. 나무나 토기가 아닌 청동 재질 국자를 사용했다면 상당히 중요한 재료나 음식을 두었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차 단장은 "모든 항아리에 동일한 음식을 넣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청동 국자와 자루에 깔때기까지 나왔으니 일부 항아리에는 액체류를 넣었을 것"이라며 "액체라면 술일 수도 있는데, 지금은 무엇이라고 특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에서 쌀겨 성분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며 "분석 결과가 나오면 항아리에 담긴 음식의 실체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렇게 거대한 창고를 운영한 주체가 누구인가는 성건동 신라 창고 유적의 또 다른 미스터리다.
조사 지역 남쪽에 진평왕 19년(597)에 창건됐다고 전하는 삼랑사 흔적이 있고 사찰 누각에 매다는 금동 풍탁(風鐸) 끝장식이 나온 점으로 미뤄 창고가 불교 사원의 일부 구역일 가능성이 있다. 전북 남원 실상사에서도 항아리 약 30개를 둔 통일신라시대 창고 유적이 나온 바 있다.
그러나 성건동 유적과 접한 형산강에서 남천(南川)을 통하면 신라 왕성인 월성에 바로 갈 수 있고, 창고 규모가 매우 크기 때문에 신라 왕실이 직접 관리한 창고였을 수도 있다.



차 단장은 "건물 축조 기법을 보면 조금 격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안압지에서 발견된 유물과 유사한 금동 장식이 나왔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면서 "현재는 창고 유적이라는 사실 외에는 아무것도 단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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