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중국 뒷마당 됐나…인프라개발 빚더미 속 점점 종속

입력 2018-07-26 16:28  

아프리카, 중국 뒷마당 됐나…인프라개발 빚더미 속 점점 종속
전체 나랏빚의 14%는 중국돈…中, 美 공백 틈타 경제·군사입지 확대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중국이 신경제구상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를 앞세워 아프리카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아프리카 국가들이 중국의 자금 지원에 기대어 경제 개발에 나서면서 빚더미에 빠져들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은 아프리카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자 최대 채권자로 자리 잡았다. 미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에 따르면 중국은 2000년 이후 아프리카 지역 정부들과 국영기업들에 1천억 달러(111조9천억 원) 이상을 빌려줬다. 아프리카가 전체 나랏빚 가운데 최소 14%를 중국에 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몇 년 사이에 중국의 아프리카 전략이 천연자원 개발 투자에서 사회기반시설(인프라) 투자로 바뀐 것이 아프리카의 나랏빚을 더욱 늘린 것으로 지적됐다.
중국 은행이 아프리카 국가의 인프라 사업에 자금을 지원하고 그 대가로 인프라 건설과 운영은 중국 기업이 맡게 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미국의 정책 변화도 중국의 입지를 넓혀주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아프리카에 대한 경제·군사적 지원을 축소하며 아프리카 국가들의 대미 수출에 무관세 혜택을 주는 '아프리카 성장기회법'을 재검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지난해 아프리카의 소국 지부티에 해외 첫 군사기지를 건설했다. 중국의 첫 평화유지군은 내전 중인 남수단에서 유엔 후원 아래 활동하고 있다.
일부 서방 외교관이나 아프리카 시민단체는 아프리카의 '차이나 머니' 의존에 우려를 표명한다.
도널드 야마모토 소말리아 주재 미국대사는 "중국의 양허성 차관을 토대로 볼 때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이 50%나 100%, 또는 200%에 이르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있다"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아프리카 국가들 가운데 3분의 1이 빚을 갚을 수 없거나 그런 상황에 근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아프리카의 일부 나라에서는 중국이 지원하는 인프라 사업이 제대로 결실을 못 보자 중국에 대한 반감도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케냐에서 수도 나이로비와 항구도시 몸바사를 연결하는 사업비 32억 달러(3조6천억 원)의 철도 건설은 지난해 완공, 개통됐지만 기대했던 매출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이 철도를 관리하는 중국 회사는 부인하지만, 현지인 근로자들은 중국인 근로자들과 따로 식사하거나 이동해야 한다며 인종주의와 신식민주의를 비난했다.
한 현지인 근로자는 "우리는 스스로 나라를 운영하기 위해 영국인들을 몰아낸 것이지 중국인으로 대체하려는 것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에티오피아 등 일부 국가는 중국의 정치·경제 시스템을 발전 모델로 삼고 있다. 중국이 서방국가들과 달리 민주주의 증진과 인권 보호를 압박하지 않는 것도 환심을 사는 이유로 꼽힌다.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은 중국이 아프리카를 동등한 국가로 대우하는 '혁명적 태도'를 보인다고 높게 평가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9일부터 아랍에미리트(UAE), 세네갈, 르완다를 방문한 데 이어 25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 정상회의에 참석, 아프리카와의 관계 증진에 공을 들였다.
kms123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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