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 연재글 묶어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은박지에 싼 햄버거를 받는 순간, 나는 이미 그 햄버거를 맛보고 있었다. 빵 위에 빅보이 패티를 올리고 머스터드소스를 바른 뒤 잘게 자른 양배추로 패티를 가린다. 그 위에 다시 달걀프라이를 얹은 뒤에 토마토케첩으로 마무리. 어릴 적 어머니가 하던 제과점에서 수없이 만들어 먹은 바로 그 햄버거였다."
소설가 김연수(48)가 여행 산문집 '언젠가, 아마도'(컬처그라퍼)를 냈다. 햄버거 이야기는 이 책의 첫 번째 글인 여수 여행기 중 한 대목이다.
작가는 이 책의 첫머리에서 '여행의 낙수, 반쯤 남은 생수'라는 제목의 글로 이 책이 나오게 된 배경을 들려준다. 2013년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 편집장과 만나게 된 일을 계기로 '여행의 낙수(落穗)를 들려주는 짧은 칼럼을 이 월간지에 연재하게 됐다고 한다. 낙수란 추수한 뒤에 땅에 떨어져 있는 이삭을 뜻하는 말이다.
이후 작가는 지난해 9월호까지 4년이 넘는 기간 동안 여행의 낙수를 주워담은 글 50여 편을 연재했다. 여기에 새로 쓴 글 몇 편을 더해 총 58편을 묶은 산문집을 내게 됐다.
그동안 여행한 곳은 몽골, 러시아, 스페인, 포르투갈, 독일, 태국, 일본, 이란, 중국, 실크로드 등 해외 여러 지역과 여수, 순천, 부산, 대구 등 국내 친숙한 도시들이다. 작가는 이런 여행지에서 외로움, 낯섦, 그리움, 위안, 희망 등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그 감정에 숨어있는 '새로운 나'를 발견한다. 또 뜻밖의 흥미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 속에서 낯설고도 익숙한 감각을 경험하기도 한다.
작가는 여행의 묘미를 이렇게 표현한다.
"언젠가 아마도 나는 다시 여행을 떠날 것이다. 그때가 되면 나는 다시 낯선 사람이 될 테지. 그리고 그 낯선 사람은 다른 누군가를 만날 수 있기를 간절히 원하겠지. 언젠가, 아마도. 누군가를 만나리라는 것. 그게 나의 여행이라는 것. 그 생각은 지금도 여전하다."
264쪽. 1만4천원.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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