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권 침해…사건진상 알 수 없게 해"vs"가족 잃은 유족 심정 생각해야"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 정부가 26일 옴진리교 테러사건과 관련된 모든 사형수들에 대해 사형 집행을 완료하면서 사형제 존폐를 둘러싼 논쟁이 일본 사회에서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사형제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사형제가 생명권을 침해하는 데다 사건의 진상 파악에도 해가 된다고 강조하는 반면 찬성론자들은 유족 마음을 생각해야 한다고 사형제 유지를 주장하고 있다.
일본 언론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1995년 발생한 도쿄 지하철역 사린가스 테러사건 등을 저질러 사형선고를 받은 하야시 야스오(林泰男·60) 등 옴진리교도 6명에 대해 이날 사형을 집행했다.
이로써 지난 6일 사형이 집행된 7명을 포함해 옴진리교 테러사건 관련 사형수 13명 모두에 대한 사형 집행이 마무리됐다.
사형이 집행되자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는 성명을 내고 "수주 동안 13명이나 사형을 집행한 것은 전에 없던 사태"라며 "(사형 집행을 했다고) 일본 사회가 조금이라도 안전해졌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형이 집행되면서 왜 사람들이 위험한 사상을 가진 카리스마 있는 교조에게 이끌렸는지를 밝힐 수 없게 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일본은 모든 사형 집행을 중단하고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하는 때에 와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 변호사협회(日弁連, 일변련)의 기쿠치 유타로(菊地裕太郞) 회장도 "사형은 헌법에 보장된 생명권에 대해 인권침해를 행하는 형벌인 데다 국제법상으로도 문제가 있다는 사실에 정부가 눈을 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늘의 사형집행에 강하게 항의한다"며 "모든 사형집행을 즉시 중단하고 2020년까지 사형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반대로 '범죄피해자지원변호사포럼'의 다카하시 마사토(高橋正人) 사무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범죄피해자를 지원하는 입장에서 이번 사형 집행을 지지한다"며 "소중한 가족의 목숨을 빼앗긴 유족의 심정을 생각하면 사형 집행을 가볍게 비판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모두(모든 사형수)를 사형하면 아무도 사건 진상을 말할 수 없게 된다'는 비판도 있지만, 진상을 밝힐 기회는 재판 중에도 충분히 있다. 사형 집행을 미룬다고 진상이 규명된다는 것은 환상일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1997년 이후 사형이 집행되지 않아 사실상 '사형제 폐지 국가'인 한국과 달리 일본은 미국, 중국,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등과 함께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다.
2012년 12월 2차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출범한 이후 사형 집행은 14번에 걸쳐 34명에 대해 이뤄졌다.
이번 옴진리교 테러사건 사형수에 대한 사형 집행에 대해서는 유족과 피해자들 사이에서 찬반 의견이 엇갈린다.
테러사건으로 아버지를 잃은 50대 남성은 "피해자와 유족분들의 기분을 생각하면 정부가 법원 판단에 기초해 적절한 판단을 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사형 집행에도 아버지를 잃은 고통은 내가 죽을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단에 가입한 아들을 구출했다가 테러 습격을 당했던 남성(80)은 "이렇게 많은 사람에 대해 사형이 집행된 것은 국민으로서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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