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재민들 차가운 창고 바닥에서 칼잠 자며 구호 손길 기다려
"마구잡이 댐 건설이 참사 불러…라오스 정부·SK건설 책임져야"
(참파삭[라오스]=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댐이 붕괴해 홍수가 났을 때 물이 1분에 1m씩 높아져 어찌할 바를 몰랐다. 지붕 위로, 나무 위로 몸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23일 밤 라오스 남동부 아타프 주에서 SK건설이 건설 중인 수력발전댐의 보조댐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아랫마을로 쏟아진 물의 위력을 생존자들이 이렇게 말했다고 현지 주민이 26일 전했다.
또 당시 공포에 휩싸인 주민들이 너도나도 지붕 위로 올라갔지만, 거대한 파도처럼 덮친 물살로 집이 통째로 쓸려 내려가는 바람에 사망자와 실종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는 소식도 들렸다.
이날 5개월 된 남동생을 안고 나무 위로 급히 몸을 피하는 장남을 떠받쳐주다가 한꺼번에 목숨을 잃은 부모의 안타까운 소식도 현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뜨거운 이슈가 됐었다는 말을 덧붙였다.
댐 아래 6개 마을을 휩쓴 물의 높이가 최고 16∼17m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한 사망자는 현재까지 확인된 사람만 26명이고, 실종자도 100여 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사고 현장과 가까운 참파삭 주의 팍세 공항에서 아타프 주로 가는 길에 우연히 들른 이재민 수용소는 북새통이었다.
한 회사의 작은 건물 창고에 100여 명의 이재민이 몰려 3일째 차가운 바닥에서 칼잠을 자고 있다고 월드비전 관계자가 말했다.
이들을 위한 자원봉사자들이 종일 밥을 지어 나눠주고 있으며 구호물품도 속속 도착하고 있었다.
월드비전 관계자는 "담요와 식량 지원이 시급하다"면서 "이재민들은 복구 작업이 끝나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에 대해 현지 가이드는 "라오스 국민이 쏟아내는 비난의 화살은 마구잡이로 댐 건설을 추진해온 정부에 있다"면서 "특히 댐을 주거지와 가깝게 짓도록 해 이번 같은 참사가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번에 붕괴한 보조댐의 하부를 콘크리트 등으로 보강하지 않고 흙과 돌로 막아 놓은 것은 큰 문제"라는 지적이 SNS에서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SK건설이 이번 사고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라오스 국민의 다수 의견"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한국과 일본, 태국, 중국, 베트남 등 국제사회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는 것을 라오스 국민도 잘 알고 있으며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타프 주로 가는 참파삭 주의 16B 도로는 이번에 홍수피해가 없었는데도 곳곳이 패었고, 일부 다리가 유실돼 있어 댐 사고에 앞서 이 지역에 쏟아진 폭우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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