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커들로 "中에 맞서 EU와 동맹"…협상의 문은 열어놔
(워싱턴=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갈등의 '전선'을 중국에 맞추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무역갈등 완화에 합의한 것도 대중(對中) 무역압박에 화력을 집중하겠다는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른바 '대서양 휴전'을 기반으로 중국을 전방위로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경제 책사'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26일(현지시간) 폭스 비즈니스 네트워크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에 맞서 미국과 EU는 동맹을 맺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은 세계 무역시스템을 훼손하고 있다"면서 "융커 위원장도 중국 이슈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을 도울 의사가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밝혔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러브콜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진 EU로선 일단 트럼프 대통령의 손을 잡은 셈이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유럽 관리들을 인용해 류허(劉鶴) 부총리를 비롯한 중국 당국자들이 경제동맹을 제안했지만, EU 측이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중국이 '자유무역 수호자'를 자처하며 동맹국을 확보하려 안간힘을 쓰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한 바 있다.
이로써 미국과 EU 사이에는 일시적으로 우호적 분위기가 조성됐다.
EU는 미국산 콩(대두)과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확대하고 관세 인하에 노력하기로 했고, 미국은 유럽산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하려던 조치를 유예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이날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무역협상 기간에는 유럽산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다만 무역갈등이 해소됐다기보다는 '조건부 휴전'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과 융커 위원장의 합의에 구체적인 내용이 담기지 않은 것도 향후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EU와의 협상이 진행되는 도중에 자동차 관세를 부과하지는 않겠지만, 조사는 계속 진행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로스 장관은 수입산 자동차에 대한 조사를 다음 달에 마무리할 것이라면서 "(관세부과가) 필요하지 않을 수도, 필요할 수도 있다. 지켜볼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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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대조적으로 미·중 갈등의 골은 갈수록 짙어지는 양상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전쟁으로 타격을 입은 농가에 최대 120억 달러(약 13조6천억 원)의 긴급지원을 결정한 것도 중국과의 '통상 전면전'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대비한 조치로 해석된다. 지원 대상은 대부분 중국의 '보복관세'로 타격을 입는 농가들이다.
미·중 무역갈등의 '유탄'으로, 미국 칩메이커 퀄컴의 네덜란드 NXP 반도체 인수는 무산됐다. 사상 최대의 기술기업 인수·합병(M&A)으로 꼽혔던 이번 인수전은 승인이 필요한 9개 시장 가운데 중국만 남겨뒀지만, 결국 중국 당국의 승인을 얻어내지 못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는 대중 압박을 강화하면서도 협상의 문을 열어뒀다.
므누신 장관은 "우리는 언제든지 (협상이) 가능하다. 그래서 조용한 대화가 계속되고 있다"면서 "중국이 협상을 위해 진지한 움직임을 보인다면 우리는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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