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속도내자" 채근하는 北…"제재 준수" 선 긋는 美

입력 2018-07-27 11:33   수정 2018-07-27 13:24

"남북관계 속도내자" 채근하는 北…"제재 준수" 선 긋는 美
폼페이오, 조명균과 이례적 통화…방한 美당국자, 경협기업 간담회
정부, 촘촘 제재 속 남북협력 한계 고민…군사긴장완화서 추가 조치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에 속도를 내자고 재촉하는 와중에 미국이 이례적인 방식으로 한국에 대북제재 준수를 강조하고 나섰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25일 오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전화통화를 했다.
통화는 폼페이오 장관 쪽에서 요청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국무장관의 카운터파트가 외교부 장관이라 통일부 장관과의 통화는 극히 이례적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조 장관과 현재 한반도 정세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한편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되기 전에 대북제재를 완화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이 고수해온 원론적 입장이기는 하지만 대북정책 주무부처 장관과의 통화라는 점에서 남북관계 개선이 경협 관련 분야로까지 확대되는 것을 경계하는 메시지로 읽힐 수 있다.
하루 뒤인 26일에는 마크 램버트 미국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대행(한국과장)이 서울에서 개성공단 기업과 현대아산 등 경협 기업 관계자 10여 명과 마주 앉았다.
이 자리에서 램버트 부차관보 대행은 현 단계에서 남북 간 경협 재개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램버트 부차관보 대행이 남북경협기업을 직접 만나 이런 입장을 설명한 것 역시 이례적이다. 보통은 정부 간 논의를 토대로 한국 정부가 기업들에 입장을 전달하는 식이다.



미국이 이처럼 평소와 다른 방식을 동원한 것은 비핵화와 체제보장 교환을 위한 협상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북한 압박을 위한 대북제재 공동전선의 고삐를 죄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유엔이 8월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앞두고 우리 정부의 요청에 따라 상봉시설 개보수를 위한 대북제재 예외를 인정해주기는 했지만 경협과 무관한 분야에서 제한적으로 제재를 풀어준 것임을 미국이 분명히 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는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에 좀 더 전향적으로 나서라며 남측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과도 무관치 않다.
북한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문제 삼거나 탈북 여종업원 송환을 지렛대 삼아 남측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의심하는 보도를 이어왔다. 특히 탈북 여종업원 문제와 관련해서는 관영 및 대외선전용 매체를 동원해 연일 보도를 계속하고 있다.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도 25일 남측이 제재를 내세워 소극적이고 우유부단한 태도를 보인다고 비난했다.
채근하는 북한과 선을 긋는 미국 사이에서 정부도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올가을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판문점 선언 이행 성과를 토대로 한 남북관계의 도약을 모색하고 있으나 촘촘한 대북제재로 남북협력 확대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대북제재와 관련성이 낮은 군사적 긴장완화 영역에서 추가적 조치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군사적 긴장완화는 남북관계 개선 및 비핵화·평화체제 구축과 함께 판문점 선언에 명시돼 있다.
국방부가 비무장지대 내 GP(감시초소) 병력과 장비를 시범적으로 철수하고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도 이런 맥락으로 해석된다. 31일 열리는 남북장성급 군사회담에서는 이에 대한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nar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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