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천마총, 고증·보수 거쳐 42년만에 재개관
(경주=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어두컴컴한 무덤 내부에 높이 2.3m인 거대한 목곽(木槨) 내부만 환하다. 목곽 위로는 차곡차곡 쌓아 올린 돌무지가 어슴푸레하게 보인다.
경건한 마음을 품고 목곽 앞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엄청난 양의 화려한 황금 부장품이 눈길을 붙잡는다. 1천500년 전 무렵 조성된 신라 왕릉급 무덤은 압도적이고도 장엄하다.
목관 안에는 금관, 목걸이, 귀걸이, 팔찌, 큰칼이 빽빽하게 놓였고, 바깥에는 금동신발 한 짝이 있다.
목관 옆 부장궤는 겹겹이 쌓은 껴묻거리로 가득하다. 자작나무 껍질에 그린 천마도와 대나무에 금동 조각판을 입힌 또 다른 천마도가 보이고, 부장궤 덮개 위에는 금제 관식(冠飾) 두 점과 귀걸이가 있다.
지난해 8월 시작한 보수공사를 마치고 새롭게 단장한 경주 천마총(天馬塚) 전시관이 27일 다시 문을 열었다. 1976년 개관 당시와는 달리 철저한 고증 작업을 벌이고 1973년 발굴조사에 참가한 조사단원들의 조언을 받아들여 원형에 가깝게 복원됐다.
천마총은 5세기 후반 또는 6세기 초반에 축조한 신라 적석목곽분(積石木槨墳·돌무지덧널무덤). 무덤 주인공은 소지왕(재위 479∼500), 지증왕(재위 500∼514) 혹은 그 시대 왕에 준하는 권력자로 추정되며, 봉분 지름은 47m, 높이는 12.7m다.
인근 황남대총 조사에 앞서 이를 위한 경험 축적용으로 진행한 발굴조사에서 훗날 국보와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 10건을 포함해 유물 1만1천500여 점이 쏟아져 나오면서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다.
경주시는 40여 년 만에 천마총 내부 시설과 전시물을 교체하면서 발굴 당시 모습을 재현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목곽은 동서 길이 6.6m, 남북 길이 4.2m, 높이 2.3m로 다시 만들고, 목곽 천장 재질은 유리에서 나무로 바꿨다. 목곽과 입구 사이에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빛을 차단하는 커다란 벽을 설치했다.
또 관람객을 더 많이 수용하기 위해 1.5m가량 뒤로 밀었던 목곽 위치도 본래 자리에 가깝게 재조정하고, 목곽 위를 덮은 돌무지는 반구형에서 초가지붕을 닮은 사다리꼴로 변경했다.
박세웅 감리는 "목곽 바닥에 깐 돌과 돌무지는 실제 천마총에서 나온 유물"이라며 "새로워진 천마총에 들르면 신라시대 왕릉급 무덤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천마총에 얽힌 역사적 사실은 목곽 뒤쪽에 마련된 공간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화재청 전신인 문화재관리국이 1974년 발간한 천마총 발굴보고서 실물을 비롯해 야광조개 국자, 곱은옥, 푸른색이 감도는 유리잔 복제품이 전시됐다.
천마총에서 나온 다양한 부장품이 제작된 지역을 표시한 세계지도, 무덤 주인공이 착용한 금관·금제 허리띠·금동신발·봉황 무늬 환두대도(環頭大刀·고리자루큰칼)·유리구슬과 금구슬로 만든 목걸이 복제품을 한데 모아놓은 전시물도 있다.
전시 설명은 한국어와 영어를 비롯해 중국어, 일본어, 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로도 작성했다.
김홍규 경주시 문화재과 주무관은 "천마총 발굴은 우리 고고학사에서 한 획을 그은 역사적 사건"이라며 "신라의 웅대한 고분문화와 찬란한 유물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진에 대비해 금제 유물 복제품 일괄을 전시한 진열장 바닥에는 진도 6.8까지 버티는 면진 받침대를 설치했다"고 덧붙였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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