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PTI 총재 유화 메시지에 주목…군부 영향 때문에 회의론도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총선을 마친 파키스탄이 미국·인도와 관계 개선에 나섰다.
임란 칸 총재가 이끄는 파키스탄 테흐리크-에-인사프(PTI)의 총선 승리 후 '반미·반인도' 정부가 들어설 것을 우려했던 미국과 인도는 일단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하지만 칸 총재가 군부의 영향력 아래 있다는 점 때문에 양국은 여전히 경계의 눈초리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칸 총재는 26일 총선 승리 선언 TV 연설에서 "인도와 관계를 바로잡고 싶다"며 "인도가 한 발짝 앞으로 나선다면 우리는 두 발짝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남아시아의 대표적인 분쟁지인 카슈미르를 지적하며 해결책을 모색하자고 제안했다.
양국은 1947년 영국에서 독립한 이후부터 카슈미르를 둘러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전쟁까지 치른 끝에 지금은 이 지역을 분할, 통제선(LoC)을 경계로 각 지역을 통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칸 총재의 발언은 상당히 전향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는 그간 친이슬람을 내세우며 인도와 관계 개선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에 인도 언론은 칸 총재의 '두 발짝 발언'을 비중있게 보도하고 있다. 파키스탄의 새 정부 출범이 LoC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는 기사도 나왔다.
칸 총재가 '앙숙'인 인도를 겨냥해 공격적인 메시지부터 던지지 않은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칸 총재의 발언에 회의적인 시각도 제기됐다.
어차피 칸 총재가 군부의 영향을 받고 있다면 양국 관계가 크게 달라질 게 없다는 것이다.
칸왈 시발 전 인도 외교부 차관은 현지일간 타임스오브인디아 인터뷰에서 "인도는 과거 파키스탄의 군 지도부와 직접 상대했다"며 "군부 지원을 받는 민간정부와의 대화가 그보다 더 나은 베팅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라고 의문을 드러냈다.
과거 인도에 더 유화적이었던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조차도 군부 압박에 밀려 양국 정상회담에서 카슈미르 문제를 제대로 꺼내지 못했던 점 등을 상기시킨 것이다.
칸 총재는 이번 TV 연설에서 미국과의 관계개선 의지도 드러냈다.
그는 "미국과 상호 이익이 되는" 유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파키스탄과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대테러전을 펼치며 동맹으로 여겨질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지만 지금은 상당히 멀어진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파키스탄에 대해 "테러리스트들에게 안전한 피난처를 제공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군사원조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하자 파키스탄이 강력하게 반발하면서다.
칸 총재는 야당 시절에는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개입 등에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다.
특히 미국의 무인기 공습에는 매우 비판적이었다.
이 때문에 그는 '반미'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총선 승리 후에는 일단 대미관계를 새롭게 풀어가고 싶다는 유화적 의지부터 전한 것이다.
이에 미국 당국 관계자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파키스탄 새 정부와 함께 일해나갈 기회가 생긴 점을 환영한다며 "이를 통해 남아시아에서 안보, 안정, 번영이라는 목표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파키스탄이 테러조직 소탕을 위한 행동에 나선다면 지원 보류 결정을 재고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칸 총재가 이전 정부와 달리 알카에다 등 극단적인 테러조직과 가깝다는 점 등은 여전히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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