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니스 텐 사촌동생 "조금만 서둘렀다면 형 살릴 수 있었는데…"

입력 2018-07-27 14:52   수정 2018-07-27 19:21

데니스 텐 사촌동생 "조금만 서둘렀다면 형 살릴 수 있었는데…"

독립운동가 민긍호 외고손자 김맥심 씨, 모국연수 참가차 방한
"생명 구하는 의사 되어 형처럼 고려인사회 빛내겠다"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구급대가 좀 더 일찍 도착했거나 병원의 응급처치가 신속히 됐으면 사촌 형(데니스 텐)은 살 수 있었을 겁니다. 카자흐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응급 의료체계 개선과 치안 강화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재외동포재단 초청 '재외동포 청소년·대학생 모국연수'에 참가하기 위해 방한한 김맥심(23·카자흐스탄) 씨는 지난 20일 불의의 피습으로 세상을 떠난 카자흐스탄 피겨영웅 데니스 텐의 사촌동생이다.
데니스 텐과 마찬가지로 독립운동가 민긍호의 외고손자이기도 한 그는 2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고려인사회의 큰 자긍심이었기에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모두가 애도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카자흐스탄국립의대 본과 4년생인 김 씨는 "외상으로 인한 출혈 사고는 초기 치료가 제일 중요하다"며 "내가 옆에 있었다면 그렇게 허망하게 죽지 않았을 거란 생각도 들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평창동계올림픽을 다녀온 후 만난 사촌 형은 이제부터 피겨 꿈나무 양성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고 의욕을 내비쳤었다"며 "데니스로 인해 카자흐스탄에서 피겨 선수를 꿈꾸는 어린이들이 부쩍 늘어났고, 이전에 없던 전용 아이스링크도 여러 곳에 생겨났다"고 소개했다.
이어 "사촌 형은 바쁜 와중에도 시간이 날 때마다 아이스링크에서 무료 어린이 피겨 교실을 열어 아이들을 가르치곤 했다"고 떠올렸다.
김 씨는 고려인사회의 대표적인 의사 집안 출신으로 조부모에 이어 부친도 의사다. 민긍호의 손녀였던 할머니는 평소 자신과 데니스 텐에게 "독립운동가 후손이라는 것을 잊지 말고 세상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라"고 당부했기에 그도 자연스럽게 남을 돕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다음 학기부터 인턴을 시작하는 김 씨는 신경외과를 전공할 계획이다.
고등학생 시절 동포재단의 모국연수로 처음 모국 땅을 밟아 '뿌리'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된 그는 이번에는 제대로 모국을 배워서 당당한 고려인이 되겠다는 각오로 연수에 참가했다.
독립기념관에서 선조처럼 수많은 지사가 목숨을 바쳐 독립을 위해 힘써온 사실에 감탄했고, 파주 임진각의 통일전망대와 판문점을 둘러보며 모국이 남북으로 나뉘어 있는 안타까운 분단 현실도 체감했다고 한다.
김 씨는 "다민족국가인 카자흐스탄에서 고려인은 근면 성실한 민족으로 인정받고 있다"며 "사촌 형처럼 고려인사회를 빚낼 수 있도록 의사가 돼 생명을 구하는 일에 앞장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wakar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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