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성천막 철거 경찰, 농성자와 몸싸움…"적법한 공무집행 아니다"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천막농성 시설을 철거하는 현장에 출동했다가 억지로 농성자를 격리하려고 했던 경찰을 밀쳤다가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농성자들이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농성자들이 경찰과 몸싸움을 벌인 시점은 이미 시설 철거가 마무리된 때여서 더는 공권력을 사용할 필요가 없었으므로 공무를 방해한 죄 역시 물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9단독 이성은 판사는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장모(43)씨 등 2명에게 최근 무죄를 선고했다.
장씨 등은 2016년 11월부터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노동자 생존권 쟁취'를 위한 천막 농성을 벌였다.
종로구는 이들의 천막 설치가 불법이라고 판단하고 지난해 8월 2일 오전 행정대집행을 통해 철거에 들어갔다. 행정대집행을 위해 경찰에 지원 요청도 했다.
경찰이 동원된 행정대집행이 마무리된 뒤에도 장씨 등은 장소를 떠나지 않았다. 이 장소에 미리 집회신고를 해 둔 상태였다.
경찰들은 장씨 등의 팔을 붙잡으며 이 장소에서 격리하려고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장씨 등은 경찰관을 밀쳐 넘어뜨리려 하거나 발로 허벅지를 걷어차며 저항한 것으로 조사됐고, 결국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판사는 그러나 경찰들이 장씨 등을 격리하려 한 것은 "적법한 공무집행을 위한 법률상 요건과 방식을 갖추지 못했다"며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사는 "경찰들의 이격 조치는 출동의 근거가 됐던 종로구청의 행정대집행이 끝난 이후에 이뤄진 것"이라며 "피고인들은 행정대집행이 진행되는 동안엔 어떤 힘도 쓰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 판사는 또 "피고인들은 해당 장소에 이미 집회를 신고한 상태였다. 행정대집행이 끝난 곳에 계속 머물러 있었다 해도 그것이 범죄 예방이나 제지가 필요한 상황으로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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