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법규상 허점이 초래한 진에어 면허취소 논란

입력 2018-07-29 10:00  

[팩트체크] 법규상 허점이 초래한 진에어 면허취소 논란
항공사업법·항공안전법에 모순 조항…개정과정서 오류 가능성
"해외 추세에 비춰도 외국인 임원 금지 규정은 과도"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진에어 면허취소를 둘러싼 논란이 몇 달째 이어지는 가운데 항공사에 외국인 임원을 두지 못하도록 한 법 조항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미국 국적자인 조현민 전 전무가 지난 2010~2016년 진에어 등기이사로 재직한 것이 법에 저촉된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지난 4월부터 면허취소를 검토해왔다.
항공사업법 제9조(구 항공법 제114조)에 따르면 ①항공안전법 제10조(구 항공법 제6조) 1항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 ②피성년후견인, 피한정후견인 또는 파산선고를 받고 복권되지 아니한 사람 ③항공관련법을 위반해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난 날로부터 3년이 지나지 아니한 사람 ④항공관련법 위반으로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유예 기간에 있는 사람 ⑤국내항공운송사업 등의 면허 또는 등록 취소처분을 받은 후 2년이 지나지 않은 자 ⑥임원 중에 제1호부터 제5호까지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이 있는 법인에 대해서는 항공사업 면허를 줄 수 없다.
같은 법 제28조(구 항공법 제129조)는 항공사업자가 제9조의 면허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경우 면허를 취소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임원 중 항공안전법 제10조 1항의 첫번째 조항인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사람'이 있는 경우 면허를 취소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하지만 항공사업법의 이런 규정은 항공안전법 제10조 1항의 내용과 모순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항공안전법 제10조 1항을 보면 외국인이 법인등기부상의 대표자이거나 외국인이 등기 임원 수의 2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법인이 소유하거나 임차한 항공기는 등록할 수 없게 되어 있는데, 이를 거꾸로 해석하면 외국인이 등기 임원 수의 2분의 1 미만인 법인의 항공기는 등록 가능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1961년 제정된 항공법은 1991년 전면 개정과 수차례 부분 개정을 거쳐 2017년 항공사업법과 항공안전법, 공항시설법 등 3개 법률로 쪼개졌다.
외국인 임원이 있는 법인이 면허취소 대상에 처음 추가된 것은 1991년 전면 개정 때였다.
1991년 개정 전후 항공법 규정을 비교해 보면 개정 전 면허 결격사유를 규정한 구 항공법 제81조 5항 마목의 '법인으로서 그 임원이 나목 내지 라목에 해당하는 자'가 개정 이후 114조 1항의 5호로 바뀌면서 '법인으로서 그 임원 중에 제1호 내지 제4호에 해당하는 자가 있는 경우'로 바뀌었다.
개정 전에는 임원 중 '면허취소로부터 2년이 지나지 않은 자'(나목)와 '파산선고, 금치산 또는 한정치산선고를 받고 복권되지 아니한 자'(라목)가 있으면 면허를 취소할 수 있었는데, 개정 후 임원 중 '면허취소로부터 2년이 지나지 않은 자'(4호)와 항공기 등록 제한 사유를 규정한 '제6조 1항에 해당하는 자'(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사람 등·1호)가 있으면 면허를 취소하는 것으로 바뀐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개정 과정에 오류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국항공대 항공우주법학과 황호원 교수는 "제114조의 1항의 1호는 항공기 등록이 문제없음을 확인하는 규정이고, 2~4호는 이와 별도의 취지로 임원의 결격사유를 확인하는 규정"이라고 설명하면서 "개정 전 내용과 동일하게 '2호 내지 4호에 해당하는 자'로 바뀌었어야 하는데 '1호 내지 4호'로 잘못 개정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황 교수는 항공사업법이 면허결격사유가 발생하거나 항공사업법 시행 규칙상 중대한 경영상의 변화가 생긴 경우 이를 즉시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알리도록 하면서 외국인을 임원으로 선임한 경우를 면허결격사유와 별도로 중대한 경영상의 변화 중 하나로 규정한 것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당시 이 조항의 개정 이유를 설명한 문서가 남아있지는 않지만, 실수로 잘못 개정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법령이 과도하다는 주장은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일단 법령이 있으면 법대로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사례에 비춰봐도 외국인 임원을 한 명도 두지 못하도록 한 규정은 과도한 것으로 손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항공법상 외국인 임원 관련 규정은 국적 항공사에 대한 외국의 실효적 지배를 제한하기 위한 것으로, 대부분의 국가가 외국인 임원을 과반수 이상 둘 수 없다는 식으로 일정 범위 내에서 제한하지, 외국인 임원 참여를 원천적으로 막은 경우는 찾아보기는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황 교수는 "미국과 일본은 항공사 전체 임원 중 외국인이 3분의 1 미만이어야 하며, 유럽연합(EU)은 회원국 혹은 회원국 국민이 지분의 2분의 1 이상을 소유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면서 "항공사업은 세계적 표준에 맞춘 글로벌 비즈니스인데다 제휴도 적극적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법의 한도 내에서 외국인이나 외국자본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려고 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최근에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외국인 CEO를 영입하는 항공사들도 많다. 영국의 브리티시 에어, 말레이시아 항공, 싱가포르의 스쿠트 항공, 알이탈리아 항공 등이 그 예"라며 "단 한 명의 외국인 임원도 허용하지 않는 현행법은 글로벌시장에서 산업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소"라고 지적했다.
hisunn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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