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사장, 편의점주, 아파트 경비원, 경력단절 여성과 청년 구직자 등 30여 명을 만나 민생경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었다. 직장인들 퇴근 시간대에 청와대와 가까운 광화문의 한 호프집을 예고 없이 깜짝 방문해서다. 여기서 만난 사람들은 최저임금 인상이나 근로시간 단축, 고용 쇼크 같은 경제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을(乙)'들을 대표하는 이들이다. 음식점 사장은 자신의 수입이 정말 최저임금 근로자만도 못하다고 하소연했고, 편의점 주인은 심야영업을 하면 매출이 알바비 지출액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호프 잔을 기울이며 이들이 쏟아내는 '쓴소리'를 경청하고서 "구조적 개혁은 참 힘들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우리 전체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국민과 소통 노력은 현 경제 상황에 대한 엄중한 인식과도 맞닿아 있다. 시민과의 접점을 늘리고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 꽉 막힌 상황을 타개할 방안을 찾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문 대통령은 며칠 전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다양한 경제주체들과 소통하겠다"고 약속했다. "필요하다면 저부터 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 노동계와 만나 의견을 듣고 설득할 건 설득하고 요청할 건 요청하겠다"는 말도 했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모두에게 좋을 수는 없다. 그러니 정책을 달가워하지 않거나 심지어 정책 추진을 방해하는 계층도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소통이 필요하다. 필요한 때 직접 설득도 하고, 요청도 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정부의 현장소통 보폭을 넓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도 다음 달 초 삼성을 방문한다. 김 부총리가 삼성을 방문하는 것은 취임 이후 처음이다. 누구를 만날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관행에 비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누굴 만나든 고용과 투자를 독려하고 풀어야 할 규제가 무엇인지 등 애로사항을 직접 듣는다고 한다. 김 부총리는 "대규모 고용이 수반되는 투자가 있다면 기업 애로가 되는 규제를 패키지로 풀어 투자를 장려하려고 한다"고 방문 목적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혁신성장에 도움이 된다면 삼성뿐 아니라 기업의 규모나 업종을 가리지 않고 만나겠다고 했다.
현재 우리 경제는 사면초가의 위기다. 성장률은 떨어지고 소비심리는 점점 위축돼가고 있다. 기업들의 설비투자는 뒷걸음질하고 반도체를 제외하고는 수출도 힘을 잃었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는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을 지키지 못하겠다며 '불복종'까지 선언했다. 미·중 무역전쟁은 심화하고 한·미 금리가 역전되면서 자본유출 조짐도 있다. 이럴 때일수록 대통령이나 부총리뿐만 아니라 정책 당국자들이 현장과 소통의 보폭을 넓혀야 한다. 그래서 예상치 못한 정책 사각지대를 줄이고, 상대적 정책 피해자들을 위한 세심한 지원책도 제때 마련해야 한다. 탁상공론이 아니라 적극적인 현장소통으로 지혜를 모으고 갈등을 풀어야 한다. 그래야 정책 실효성이 높아져 정책 목표도 달성할 수 있다. 소통 노력 없이 성급하게 만들어진 엉성한 정책들이 국민을 피로하게 하고 경제를 멍들게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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