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사찰·중학교까지…방학 중 초등생 돌봄 나서는 지역사회

입력 2018-07-29 06:35  

교회·사찰·중학교까지…방학 중 초등생 돌봄 나서는 지역사회



(세종=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 도심 속 농촌학교인 인천 남촌초교는 이달 30일부터 다음 달 17일까지 약 2주일간 방과 후 돌봄교실을 인근 교회에서 운영하기로 했다.
이 기간 학교에서는 석면 건축자재 철거 공사를 하기 때문이다.
당초 인근 학교를 알아봤지만 가장 가까운 학교조차 걸어서는 이동할 수 없는 거리에 있었다. 아이들이 대중교통으로 이동해야 하는 부담이 적지 않아 결국 150m 거리의 교회를 선택하게 됐다.
학교는 교회의 소예배실과 식당을 쓰기로 하고, 안전한 급식을 위해 학교 냉장고도 아예 교회로 옮긴다.
설명회를 열어 학부모 의견을 수렴하고 학교장과 학부모회장 등이 직접 교회를 찾아 둘러보면서 만족스러운 돌봄 장소로 선정하게 됐다고 학교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처럼 방학 중 학교 석면 철거공사 등으로 돌봄교실을 이용하기 어렵게 된 초등학교 인근에서 교회·사찰 등 종교시설이나 다른 교육기관과 연계해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부산의 연학초교 역시 이번 여름방학 석면 철거공사를 하기로 했는데, 이 기간 인근 사찰에서 돌봄교실을 운영한다.
학생들은 7월 30일부터 8월 31일까지 약 한 달 동안 학교에서 약 300m 거리에 있는 절에서 뛰어놀게 된다.
학기 중에 돌봄교실을 이용하는 학부모 40여명 가운데 22명이 '사찰 돌봄교실'을 이용하겠다는 의견을 냈다.
학교 측이 따로 사용료를 내지 않는 대신 사찰에서 행사가 있을 때 학교가 운동장을 주차장으로 빌려주기로 했다.
대구 관천초교는 이달 30일부터 8월 14일까지 창틀 교체 공사를 하게 되자 바로 옆 중학교에서 돌봄교실을 운영하기로 했다.
당초 인근 지역아동센터 등에 문의했지만, 학생들을 수용할만한 장소를 찾기 어려웠는데 담 하나를 사이에 둔 관천중학교에서 1층 진로전용교실과 강당을 쓸 수 있도록 해줬다.
관천초교는 이 기간에 학교에 배치된 국가근로장학생을 '안전관리 보조강사'로 임명해 돌봄교실 복도에 상주하게 할 예정이다.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수요조사를 했더니 학기 중 돌봄교실을 이용하는 29명 가운데 24명이 이 기간 돌봄교실을 이용하겠다고 답했다.
학교 관계자들은 방학 중 돌봄교실 이용이 어려워지면 학부모들이 이른바 '학원 뺑뺑이'를 돌린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돌봄이 '엄마의 일' 또는 '학교의 일'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지역사회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관천초교 관계자는 "돌봄은 학교와 함께 지역사회가 해야 하는 일"이라며 "공간과 시설이 필요할 때는 학교가 나서고, 돌봄을 주도하는 것은 지역사회가 되는 게 바람직한 모델"이라고 전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4월 정부가 '온종일 돌봄정책'을 발표한 이후 현장에서는 초등학생 돌봄 공백을 없애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특히 방학 중 학교시설 공사로 돌봄교실 운영이 어려운 경우에는 지역사회와 연계해 다각적인 대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cind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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