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여당 등 "부정선거 있었다"…총선 승리 PTI는 연정 착수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파키스탄 총선 이후 정국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25일(이하 현지시간) 총선에서 승리한 제2야당 파키스탄 테흐리크-에-인사프(PTI)의 임란 칸 총재가 연정 구성을 시작하며 새 정부 출범을 준비하는 가운데 기존 유력 정당들은 개표에 부정이 있었다는 이유로 재선거를 요구하고 나섰다.
28일 현지 일간 돈(DAWN) 등에 따르면 파키스탄무슬림연맹(PML-N)과 MMA 등 주요 정당으로 이뤄진 '전 정당 연맹(APC)'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선거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재선거를 요구했다.
이들은 이번 개표 과정에서 명백한 부정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PML-N의 셰바즈 샤리프 총재는 "우리는 재선거 개최를 위해 뛸 것"이라며 "이를 위한 시위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기득권층에 의해 민주주의가 볼모로 잡히는 것을 용인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개표가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여당이었던 PML-N은 64석 확보에 그쳐 제2당으로 밀려났다. MMA는 13석을 확보했고, PTI가 확보한 의석은 현재 117석에 달한다고 돈은 전했다.
연방하원 전체 의석 수는 342석이며 여성·소수종교 할당분 70석을 제외한 272석에서 과반(137석)을 확보하면 새 정부를 꾸릴 수 있다.
이번 총선에서는 정치권에 직간접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군부가 노골적으로 개입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군부는 PTI를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군부는 유세 과정에서 PML-N 소속 일부 후보를 몰아붙여 탈당하게 했고 비판적인 언론에도 압박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표 때도 군인들이 부정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에 파키스탄 선거관리위원회는 "개표는 100%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됐다"고 반박했다.
APC에는 동참하지 않았지만 제1야당이었던 파키스탄인민당(PPP)도 개표 결과를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PPP의 빌라왈 부토 자르다리 총재도 기자회견을 열고 "투명한 선거를 치르지 못한 선거관리위원회는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다만, PPP는 장외 투쟁이 아니라 의회에서 이 문제를 다뤄나겠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자르다리 총재는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의 아들이다. PPP는 이번 총선에서 43석을 확보했다.
미국과 유럽 등도 파키스탄 총선 과정에 우려를 드러냈다.
미국 국무부는 "이번 파키스탄 선거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이뤄졌지만 표현의 자유 제한과 불평등한 유세 기회 등에 의해 빛이 바랬다"고 평가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크리켓 선수 출신으로 이번 선거에서 수십 년간 이어져 온 PML-N, PPP 양당 체제를 무너뜨린 칸 총재는 연정 구성 작업에 돌입했다.
기존 유력 정당의 반발이 심한 만큼 군소 정당과 무소속 후보를 만나 연정을 추진하고 있다.
무소속이나 소수 정당 후보는 대개 총선에서 1위를 차지한 정당에 합류해 정부를 구성한다.
칸 총재는 PML-N 등의 반발 등에는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그는 지난 26일 총선 승리 선언 연설에서 총선에서 조직적인 부정이 있었다는 PML-N 등의 주장과 관련해 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나의 리더십 아래에 나라가 하나로 뭉치기를 바란다"는 자신이 정국을 주도해 나가겠다는 입장도 분명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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