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금세기 들어 유럽 최악의 산불로 평가되는 그리스 아테네 인근의 산불 사망자가 88명으로 증가했다.
그리스 당국은 지난 23일 아테네 북동부 마티 일대를 휩쓴 산불로 화상을 입고 사투를 벌이던 40대 여성이 병원에서 사망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로써, 이번 산불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총 88명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어린이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종자가 아직 수십 명에 달하는 데다 부상자 중 10여 명은 상태가 위중, 사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사망자들에 대한 부검 작업이 완료되면서 희생자들의 신원도 속속 확인되고 있다.
산불 이후 소재 파악이 안 돼 안타까움을 자아냈던 9세 쌍둥이 자매 소피아와 바실리키도 목숨을 잃은 것으로 드러나 그리스 전역을 다시 한 번 눈물짓게 했다.
이들은 마티의 해안가 절벽에서 조부모가 끌어안고 있는 상태로 발견됐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이 절벽은 바닷가로 대피하다가 탈출로가 차단돼 26명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은 곳이다.
대량 인명 피해를 낸 이번 재난에 정부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에 대한 반발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는 27일 전국으로 생중계된 각료 회의에서 "이번 비극에 대한 정치적인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이번 산불 원인이 방화로 추정된다고 발표하며, 시속 100㎞가 넘는 이례적인 강풍을 타고 불길이 순식간에 번져 손쓸 틈이 없었다고 항변해 성난 국민과 야당으로부터 비난을 샀다.
전문가들은 희생자가 집중된 마티 지역이 무분별한 계획 아래 도시가 형성된 데다, 너무나 많은 건물이 불에 잘 타는 삼림 바로 옆에 건설됐고, 진입로 접근이 턱없이 부족한 것 등 복합적인 요인이 겹쳐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편, 화재 당시 화염을 피해 바다로 뛰어든 사람 가운데 여러 명이 실종된 것으로 알려지자, 바다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들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각지에서 모여든 자원봉사 잠수부들이 마티 앞바다에서 수색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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