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발표후 주가 20% 폭락에 전문가들 "사업구조 바꿀 때 됐다"
'프라이버시 퍼스트'로 고성장엔 한계…"일시정지 버튼 눌렀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소셜미디어 기업의 고성장을 주도해온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앞날에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고 미 언론이 28일(현지시간) 전망했다.
지난 몇 달간 소셜미디어 업계 전체를 뒤흔든 사용자 정보 도용 논란과 규제기관의 압박에도 끄떡없던 두 기업이 지난 한 주 사이에 한 해 농사를 망칠 정도의 추락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지난 26일 2분기 실적발표 직후 주가가 18.96% 급락하면서 하루에 1천197억 달러(약 134조 원)의 시가총액이 날아갔다.
2000년 닷컴 버블 붕괴 당시 인텔 등 기술주의 급락보다 더 큰 충격파였다.
이어 전날 트위터가 역시 실적발표에서 사용자 수 감소 소식을 전하자 주가가 20.54%나 폭락했다. 트위터 시가총액도 하루에 70억 달러(7조8천억 원) 정도 증발했다.
페이스북은 22억3천만 명의 사용자를 거느린 명실공히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기업이다. 트위터에도 3억3천500만 명의 사용자가 등록돼 있다.
투자자들은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일정한 부침을 겪더라도 수많은 사용자가 끊임없이 모바일 디바이스(기기)를 들여다보며 광고를 스크롤(상하로 읽기) 할 것이기 때문에 수익률에는 걱정이 없을 거라고 여겼다.
CNN은 "중요한 건 페이스북·트위터 두 플랫폼이 끊임없이 사람들을 끌어모아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었다"고 평했다.
하지만 소셜미디어 고공주(株)의 이런 불패신화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페이스북은 분기 실적발표 이후 "강력한 성장을 견인했던 날들이 서서히 저물고 있다. '프라이버시 퍼스트'(개인정보 보호 우선)에 집중할수록 성장은 더뎌질 수밖에 없다"고 인정했다.
트위터도 마찬가지다. 전 분기 대비 100만 명의 사용자를 잃었다고 발표한 트위터는 '더 건강해지기 위해' 소셜미디어 네트워크의 청소 작업을 계속하겠다고 못 박았다.
GBH 인사이츠 애널리스트 대니얼 이브스는 CNN머니에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이제 어느 정도까지는 그들의 사업모델을 바꿔야 할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브스는 "광고로 돈을 긁어모으던 데서 벗어나 유럽의 더 강력한 규제에 집중해야 하고 보안과 데이터 수집 관행의 변화에 적응해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투자자들이 소셜미디어 고공주에서 발 빼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사업 모델이 다르지만, 궁극적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내 광고를 보여준다는 점은 동일하다. 그러기 위해선 자극적이고 사람들의 입에 더 많이 회자하는 이슈에 초점을 맞췄지만 앞으로는 사용자들을 위해 균형을 맞추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로버트 W.베어드&코의 애널리스트 콜린 세바스티안은 WSJ에 "이번 주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결과는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지난 수년간 모든 비용을 감수하고 성장에만 올인하던 시절을 지나 '일시정지 버튼'을 눌렀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팡(FANG) 주식'으로 불리는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알파벳)은 그동안 기록적인 고공행진을 펼쳐왔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올해 각각 23%와 79%의 주가 상승을 이뤄냈다. 반면 상반기 내내 이뤄낸 주가 상승분이 단 하루 만에 확 빠지는 추락도 경험했다.
세바스티안은 "사용자들이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는 데 일종의 스피드 범퍼(속도 완화장치)가 필요하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잭 도시 트위터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건강성을 장기 성장의 주 요인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주가 폭락이 소셜미디어 기업의 일시적인 '성장통'일지, 사업구조의 변화를 요구하는 엄중한 경고인지, 향후 이들 기업의 행보가 주목된다고 미 매체들은 내다봤다.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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