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만에 한국 악단 지휘 키타옌코 "음악이 삶속에 스며들길"

입력 2018-07-29 12:09  

9년만에 한국 악단 지휘 키타옌코 "음악이 삶속에 스며들길"
28일 평창대관령음악제서 '러시아의 밤' 선보여



(평창=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한국 무대에 오르는 건 9년 만이네요. 반갑습니다. 그런데 7월에는 오면 안 되겠어요. 이렇게 더웠던가요.(웃음)"
러시아 출신 지휘자 드미트리 키타옌코(78)는 대관령도 피해가지 못한 올해 폭염에 다소 놀란 듯했다. 그럼에도 깨끗한 흰색 긴 셔츠에 긴 바지를 입고 나타난 노신사는 시종 넉넉한 미소와 다정한 말투로 한국에 대한 추억을 풀어냈다.
지난 26일 평창대관령음악제가 열리는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리조트에서 만난 키타옌코는 한국과 각별한 인연을 자랑하는 지휘자다. 인연의 시작점은 1988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88서울올림픽 당시 문화행사 일환으로 모스크바 필하모닉을 이끌고 내한해 웅장하면서도 서정적인 '러시아 사운드'를 들려줬다. 옛 소비에트연방(소련) 소속 지휘자가 한국 공연을 하기는 처음이었다.
모스크바 필하모닉을 세계 최정상 오케스트라로 조련한 그는 1999년 KBS교향악단 상임지휘자로 선임되며 화제를 뿌렸다. 그가 상임지휘자로 있던 2004년까지를 KBS교향악단의 황금기로 기억하는 음악팬이 많다.
그는 "1988년 첫 인연을 맺은 이후 한국과 정신적, 음악적으로 좋은 관계를 가져왔다"며 "좋은 추억들로 남은 시간"이라고 회고했다.
이어 "한국 음악가들의 장점은 감정적 표현에 능하다는 점"이라며 "정확한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들과 아름다운 한국 전통 곡을 함께 연주했던 일이 기억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오랜만에 만난 한국 관객들에게 자신의 장기로 꼽히는 러시아 레퍼토리들을 선사했다. 지난 28일 알펜시아리조트 내 야외음악당인 뮤직텐트 무대에 올라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과 차이콥스키 교향곡 4번을 선보였다.
이날 공연은 9년 만에 한국 땅을 밟은 키타옌코와 해외 명문 오케스트라에서 활동 중인 한국인 연주자들로 구성된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맡았다. 공연 제목엔 '집으로(Going Home)'란 이름이 붙었다.
"유럽에서 몇 차례 함께 연주한 손열음 예술감독이 이 무대를 제안해줬습니다. 좋은 연주자이자 좋은 친구인 손 예술감독의 제안이었기에 흔쾌히 수락했죠.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의 젊은 음악가들이 이번 음악제만을 위해 모인 뒤 다시 각자 오케스트라로 돌아간다는 점도 흥미로웠습니다."


여든을 앞둔 노장의 음악 철학은 "무대 위에서 흘러 사라지는 연주가 아니라 청중들의 삶 속에 스며드는 연주를 해야 한다는 것", "공연장을 떠날 때 감동할 수 연주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그의 연주는 무대 위 화려한 기교 대신 단단한 내적 힘이 돋보인다는 평을 받는다.
기술로만 오케스트라를 밀어붙이는 젊은 지휘자들에게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거울 앞에서 자신을 바라보며 지휘 연습을 한다거나 영상 속 다른 지휘자들의 모습을 따라 하는 건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음악을 생각하고 느끼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혹시 다른 지휘자의 마스터클래스에 참여하게 된다면 그의 지휘 모습을 바라보지 말고, 그의 지휘봉에 따라 어떻게 오케스트라와 음악이 바뀌는지를 봤으면 합니다."
그를 논할 때 또 한 가지 빠뜨릴 수 없는 것이 인간적이고 민주적인 리더십이다. 그의 오케스트라 조련은 합리적이고 인간적인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는 단원들을 "어이, 오보에", "어이, 트롬본" 식으로 부르는 일을 아주 싫어한다고 했다.
"오케스트라는 악기 집합이 아닌, 악기들을 연주하는 사람들이 모인 큰 가족입니다. 오보에가 중요한 것이 오보에를 부르는 연주자가 중요하단 이야기를 꼭 하고 싶습니다."
sj997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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