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갖은것이(가진 것이) 없어 많이 할애 할 수 없기에 이 부채가 필요하신 어르신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길 바람니다.(바랍니다)"
폭염이 기승을 부린 지난 27일 강원 원주시 밥상공동체 연탄은행 사무실 앞에 한 통의 편지와 작은 상자 하나가 놓였다.
말없이 놓고 간 상자에는 부채가 70개나 담겨 있었다.
길게만 느껴지는 이 폭염도 언젠가 끝나고 시원한 날이 오길 기대한 마음에서였을까.
부채에는 '고진감래'라는 사자성어가 한자로 쓰여 있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글쓴이는 자신을 '70세 할머니'라고만 소개했다.
"안녕하세요. 날씨가 무척 덥네요"로 운을 뗀 할머니는 "무더위를 힘들게 견디시는 어르신들께 도움을 드릴 수 없음에 마음이 편치 않다"며 부채를 놓고 가는 사연을 설명했다.
맞춤법은 서툴지만 또렷하게 써내려간 한 글자, 한 글자에 고운 마음씨와 정성이 엿보였다.
밥상공동체 연탄은행 관계자들은 편지와 부채를 받고 먹먹함에 할 말을 잃었다.
허기복 연탄은행 대표는 "누구는 더위 자체가 힘들어 '더워'를 연발하며 에어컨 주변을 맴도는데 이분은 70세의 나이에도 더위에 괴로워하는 노약자를 생각하며 부채를 만들고 편지를 썼다"며 고마워했다.
허 대표는 "재난급 폭염 속에서도 건강한 정신과 마음으로 이웃을 살피는 사랑의 소낙비가 많이 쏟아졌으면 한다"고 바랐다.
밥상공동체 연탄은행은 부채 70개를 원주지역 영세 어르신들에게 나눠줄 예정이다.
conany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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