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말레이시아가 국산차 산업을 살리겠다면서 외국산 자동차 수입을 규제할 조짐을 보인다.
31일 일간 더 스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는 전날 하원에서 외국산 자동차 수입과 관련한 규제를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말레이시아 시장은 깡통으로 만든 차마저 수입될 정도로 열려 있다. 어떤 업체든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은 문제"라며 "국내시장 진입을 불허하는 특정한 조건을 신설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 등 세계 각국이 배출가스 기준을 높이거나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등 방식으로 자국 자동차 시장을 보호한다면서 "우리 역시 충분히 성숙하지 않은 (국산차) 산업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마하티르 총리는 외국차 수입을 규제하면 지리멸렬한 상황인 말레이시아 자동차 업체들이 국내시장 점유율을 회복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현재 국산차 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관련 정책을 재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5월 총선에서 압승해 15년 만에 다시 총리직에 오른 마하티르 총리는 과거 자신의 주요 치적이었던 '말레이 국민차' 프로젝트의 부활을 추진해 왔다.
그의 주도로 1980년대 세워진 말레이시아 자동차 업체 프로톤은 동남아에서 유일하게 자동차 자체 개발 능력을 갖추고 승승장구했지만, 외국 자동차 업체와의 경쟁에서 밀리는 바람에 현재는 시장점유율이 10%대까지 떨어졌다.
프로톤은 결국 2015 회계연도에만 9억9천190만 링깃(약 2천700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다가 중국 자동차 기업 지리(Geely·吉利)에 지분 49.9%를 넘기는 처지가 됐다.
마하티르 총리는 지난달에는 중국 자동차의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내 생산기지가 된 프로톤 대신 새로운 국민차 브랜드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국민 대다수는 현실성이 낮다며 이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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