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에 고위급 잇달아 파견…'4자 종전선언' 의중 주목
종전선언 中 참여 함의 '복잡'…8월초 ARF서 관련 논의 이어질듯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전진과 정체의 갈림길에 선 북미 협상판에 '종전선언'이라는 화두와 함께 '중국 변수'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중국은 올들어 3차례 열린 정상회담으로 북한과의 관계를 복원한데 이어 북미간의 이견으로 북핵 협상의 교착 우려가 커지는 최근 상황에서 고위급을 남북한에 잇달아 파견하며 보폭을 넓히고 있다.
양제츠(楊潔지<兼대신虎들어간簾>) 중국 외교 담당 정치국원이 이달 중순 방한해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을 비밀리에 만난데 이어 쿵쉬안유(孔鉉佑)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급) 겸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25∼27일 방북했다. 구체적인 협의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종전선언을 포함한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가 주 의제였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런 중국의 행보는 지난 6∼7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 협의를 계기로 북한이 종전선언의 조기 성사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는 흐름과 맞물려 관심을 끈다.
4·27 남북정상회담 합의인 판문점 선언에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 체결 협상의 주체는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으로 규정돼 있다. 그간 한미간 논의에서 남북미 3자 종전선언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던 터에 중국의 종전선언 참여 가능성이 급부상한 양상이다.
최근 중국의 행보와 관련, 전문가들은 중국이 종전선언을 통한 한반도 문제 조기 개입에 점점 더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유현정 선임 연구원은 31일 "중국은 한반도 정전체제 해체의 첫걸음인 종전선언부터 당사자로 참여해 향후 한반도 및 동북아 안보질서 재편 과정에서 자신들 발언권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립외교원 김한권 교수는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 참여해야 한다는 총론은 명확하나 어느 시기에 어떻게 할지에 대해 각론이 명확지 않은데, 종전선언에 참여할 수 있으면 가장 좋고 여의치 않으면 평화협정에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 같다"고 말했다.
종전선언을 위해 상당한 수준의 비핵화 진전이 필요하다는게 미국의 입장인 이상 3자 또는 4자 종전선언이 성사될지 여부 및 시기는 아직 '물음표'로 남아 있다는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그럼에도 중국이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을 논의하는 협상에 초기부터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만은 분명해 보이는 형국이다.
중국은 한반도 평화체제를 위한 협상을 비핵화 협상과 병행(쌍궤병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며, 그 협상에 자신들이 꼭 참여하겠다는 의중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 6·12 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한반도 비핵화와 더불어 평화체제 구축이 명기된 만큼 쌍궤병행을 관철할 발판은 이미 마련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과거 북핵 6자회담 의장국이었던 중국의 한반도 관련 협상 조기 참여는 북한에 최대 영향력을 가진 중국에 북핵 해결과 관련해 건설적 역할을 맡기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요소가 있으며, 현실적으로 피하기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는 분석이 존재한다.
그러나 미중 간의 동아시아 패권 경쟁 구도 속에 중국이 주한미군 철수, 미군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금지,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철수 등 자신들이 관심있는 어젠다를 협상에서 관철하려 할 때 협상이 꼬일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특히 종전선언에 중국이 참가할 경우 종전선언 시점부터 평화협정 체결 때까지 비무장지대에서의 우발적 충돌 방지책 등 남북 간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한 과도기적 조치 논의 과정에서도 중국의 참여를 보장해야 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결국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협상에서 중국을 언제 참여시키느냐를 놓고 앞으로 남북미중 간에 치열한 외교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자국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북한과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이며, 북한은 그런 중국의 입장을 향후 대미 협상 과정에서 어느 정도 반영하려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반면 미국은 중국과의 갈등 구도 속에서 중국이 초기부터 비핵화 및 평화체제 협상에 직접 관여하는 상황은 가급적 피하려 할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인다.
우리 정부로서는 견고한 한미 대북 공조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중국의 이해와 요구를 무시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 따라서 당장 종전선언 주체와 관련, 3자냐, 4자냐는 문제를 놓고 쉽지 않은 '중재외교'를 펼쳐야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8월초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세안 관련 연쇄 회의 계기에 이뤄질 전망인 한미, 남북, 북미, 한중 등 다양한 양자회담에서 종전선언 및 한반도 평화체제 협상을 둘러싼 치열한 외교전이 전개될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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