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서 '제2의 로힝야 사태' 우려…아삼주 400만명 시민권 박탈

입력 2018-07-31 12:46  

인도서 '제2의 로힝야 사태' 우려…아삼주 400만명 시민권 박탈
대부분 무슬림으로 추방 위기…"총선 앞둔 힌두 우파 음모" 주장도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인도 동북부 아삼 주(州)에서 무려 400만명이 갑자기 시민권을 박탈당해 '제2의 로힝야' 사태가 빚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로힝야 사태는 지난해 불교 국가 미얀마에서 이뤄진 대규모 인종청소 사건이다. 이로 인해 70만여 명의 무슬림 로힝야족 난민이 방글라데시로 도피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31일(현지시간) 인도 일간 힌두스탄타임스와 외신 등에 따르면 아삼 주 당국이 30일 발표한 새 시민권자 명부에 400만명의 주민이 제외됐다.
수십 년간 인도에 뿌리내리고 살던 이들이 졸지에 국적을 잃고 추방될 위기에 몰린 것이다.
방글라데시 독립 직전인 1971년 3월 24일 이전부터 아삼 주에 거주했다는 것을 증명한 이들만 명부에 포함됐다.
아삼 주 주민은 총 3천200만명으로 이 가운데 3분의1은 무슬림이다. 무슬림 대부분은 1971년 방글라데시가 파키스탄으로부터 독립 전쟁을 벌일 때 아삼으로 와서 정착한 이들의 후손들이다.
이 때문에 아삼주는 인도 북부 잠무-카슈미르 주(인도령 카슈미르)에 이어 인도에서 두 번째로 이슬람교도가 많은 주가 됐다. 이번에 명부에서 빠진 이들 중 상당수도 무슬림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정부는 이 같은 시민권 등록 절차는 방글라데시에서 최근 늘고 있는 불법 이민자를 색출해내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명부에 빠진 이들일지라도 즉시 추방되지는 않을 것이며 오는 9월 28일까지 이의 신청도 받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결국 아삼 주의 소수 종족을 겨냥한 '인종청소' 시도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명부에 빠진 이들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다시 시민권을 획득하려면 길게는 수년 이상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결국 400만명 중 상당수는 한동안 국적이 없는 불안정한 상태로 불안에 떨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국적이 박탈되면 각종 복지 혜택이 사라지며 재산권 행사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와 관련해 AFP통신은 특히 아삼 주는 인도에서 유일하게 시민권 등록 정리 작업을 하는 주라고 지적했다.
아삼 주 정부의 시민권 명부 정리 작업은 결국 인도 내에서는 소수인 무슬림을 겨냥한 조치라고 여겨질 수 있는 대목이다.
인도 동부 벵골 지역 시민운동가인 나즈룰 알리 아메드는 BBC에 "시민권자 명부 작업은 잔혹 행위를 저지르려는 음모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들(인도 정부)은 공개적으로 무슬림을 제거하려 하고 있다"며 "로힝야에서 발생한 일이 이곳에서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도 정부의 이번 조치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종교적 갈등을 조작해 힌두교 유권자의 결속을 다지려는 시도라는 분석도 있다.
인도 여당은 힌두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인도국민당(BJP)이다.
실제로 아삼 주정부를 장악하고 있는 BJP는 불법 무슬림을 모두 방글라데시로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방글라데시는 이 같은 난민 유입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시민권 명부 발표 후 아삼 주에서는 이번 조치에 불만을 가진 이들이 시위를 벌이는 등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아삼 주정부는 2만5천 명의 병력을 추가로 배치하는 등 사태 확산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
coo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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