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본사주지협의회 용퇴 촉구에 설정스님은 "심사숙고"

입력 2018-07-31 13:20   수정 2018-07-31 13:59

교구본사주지협의회 용퇴 촉구에 설정스님은 "심사숙고"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에 대한 종단 안팎의 사퇴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종단 내부에서도 총무원장 퇴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연이어 나오면서 수일 내에 물러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설정 스님의 결정이 미뤄지고 있어 불확실성이 커진다.
31일 불교계에 따르면 조계종 교구본사주지협의회 전·현직 회장단은 전날 자체 회의에서 의견을 모은 뒤 설정 스님에게 용퇴를 촉구하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스님은 "종단 혼란을 수습하고 안정시키기 위해 총무원장 스님의 용퇴가 필요하다고 말씀드렸다"며 "의혹의 사실 여부를 떠나 지금 상황에서는 종단을 생각해서 퇴진하셔야 한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설정 스님은 각종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설명하고, 용퇴 건의에 대해서는 "심사숙고하겠다"며 시간을 더 달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정 스님이 사실상 즉각 퇴진을 거부함에 따라 교구본사주지협의회는 다음 달 1일 긴급회의를 열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지난 30일 회장단이 설정 총무원장에게 건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 성명이 발표될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조계종은 교구본사 중심제로 운영되고 있어 교구본사주지협의회의 영향력이 막강하다.
협의회 의견이 총무원장 거취 결정에도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설정 스님은 기자회견 당시 종헌종법 질서는 반드시 존중돼야 한다며 종단 주요 구성원들이 뜻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종단 주요 구성원으로는 종정 예하와 원로의원, 교구본사주지, 중앙종회의원 스님들과 전국비구니회 스님 등을 언급했다.
기자회견 이후 '의견 수렴' 과정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27일 설정 스님은 중앙종회 의장단과 종책모임 대표들을 만났다.
조계종 입법기구인 중앙종회는 다음 달 16일 임시종회를 열 예정이다.
중앙종회는 총무원장 불신임 결의권을 가지고 있다.
조계종 최고의결기구인 원로회의는 다음 달 8일 원로회의를 개최한다.
원로회의는 중앙종회 해산권, 총무원장 인준권, 중앙종회의 총무원장 불신임 의결에 대한 인준권 등이 있다.
원로회의는 애초 다음 달 31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10명의 원로의원이 긴급 소집 요청을 해 일정이 앞당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원행 스님과 법타 스님 등 원로의원 10명은 지난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총무원장, 교육원장, 포교원장 등 종단 집행부의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이들은 또한 비상상황에 중앙종회가 제 역할을 방기했다며 스스로 해산하거나 종단위기 해결방안을 즉각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현재 원로회의 전체 인원은 23명이다.
조계종 내부에서는 교권 자주 및 혁신위원회가 가동 중이다.
위원회는 다음 달 말까지 현 사태에 대한 해결방안을 내놓은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국선원수좌회와 조계종을 걱정하는 스님들의 모임 등은 다음 달 23일 승려대회 개최를 추진하고 있다.
중앙종회와 원로회의가 종단 공식기구라면 승려대회는 초법적인 성격의 집회이다.
승려대회를 추진하는 측은 설정 스님이 퇴진해도 현재 방식대로 다음 총무원장을 선출한다면 종단 개혁을 이룰 수 없다며 직선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조계종 종헌종법상 총무원장이 사퇴하면 60일 내 총무원장 선거를 다시 치러야 한다. 총무원장 권한대행은 총무부장이 맡는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가운데 설정 총무원장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불교계 관계자는 "퇴진을 결심했다면 조속히 입장을 밝히는 편이 혼란을 줄이는 길"이라며 "결정이 늦어지면 사태가 더 복잡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설정 스님은 이날 M이코노미뉴스와의 영상인터뷰에서 "언제든 유전자 검사를 받겠다"며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부인해 '장기전'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그는 "불교의 불미스런 일로 국민에게 많은 걱정과 실망을 끼쳐 대단히 죄송하고, 특히 의혹을 철저히 규명 못 한 부분은 너무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 불명예 문제가 아니고 종단에 해를 끼친 것에 대해 밤잠을 이룰 수가 없다"며 "그러나 의혹이 분명히 사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날이 꼭 오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번 선거하면 패가 갈리는 현재 선거법을 고쳐야 한다"며 개혁 필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doubl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