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 후 사법부 주변 환경의 현황과 전망' 분석 문건
"제3세력, 우호 세력으로 유도…법조인 당선인과 네트워크 구축"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인 2016년 20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이 참패하자 법원행정처가 박근혜 정부의 '식물정부화'를 예측하며 사법정책 추진을 위한 정무적 전략을 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행정처가 31일 추가 공개한 행정처 문건에 따르면 행정처는 당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20대 총선에서 1당을 차지하자 총선 결과가 사법부에 미칠 영향을 분석했다.
문건에서 행정처는 "여당의 압도적 패배로 16년 만의 여소야대 정국이 도래했다"며 "현 정부는 사실상 '식물 정부'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본격적인 레임덕이 불가피하다"면서 "정권의 레임덕 현상과 정치권의 혼돈 상황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대응 방향을 설정했다.
문건은 구체적으로 "친정 체제가 확고한 현재의 BH(청와대), 내각에 균열·무력화가 예상된다"면서 "향후 사법부의 독자적 정책 추진이 가능한 여건 조성에 매우 긍정적인 변수가 발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권의 힘이 빠진 틈을 노려 눈치 보지 않고 사법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기대가 반영됐다.
문건은 또 당시 38석을 차지하며 제3당으로 부상한 국민의당이나 무소속으로 당선된 유승민 의원 등을 거론하며 "제3세력은 아직 정책의 상당 부분이 백지상태니 조기에 사법부 우호 세력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당시 국민의당 박지원·천정배 의원, 무소속 유승민 의원 등을 콕 집어 "핵심 인사들이 사법부 우호적 성향이거나 사법부 인사들과 인적 관계가 있기도 하다"며 "적극적으로 접촉해 활용해야 할 지점"이라고 소개했다. 천정배 의원의 딸은 현직 판사다.
행정처는 20대 총선 당선인 중 법조인 출신을 당별, 출신 직급별로 일일이 분류한 뒤 "법관 출신 당선인을 중심으로 법조인 당선인과 이른 시기에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계획도 세웠다. 법조인 당선자들과 인맥지도 작성, 당선 축하 모임 개최 등을 세부 방안으로 제시했다.
행정처는 총선 결과가 법조계에 미칠 영향도 분석했다.
행정처는 "총선 직후부터 사정 정국이 조성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주요 사건 처리 시 적정한 거리와 스탠스를 유지할 수 있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필요하게 언론이나 여론의 오해를 살 필요가 없고, 사정의 칼날이 사법부를 향하지 않도록 내부 구성원에 대한 자체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대비책을 세웠다.
행정처는 헌법재판소의 움직임도 법원 시각에서 예측했다. 행정처는 통합진보당 정당 해산 결정을 예로 들며 "헌재는 그동안 상당히 노골적인 친(親) 검찰·친 BH적인 행보를 취해왔지만 정치 지형의 변화로 헌재도 무분별한 정치적 행보에 부담을 느끼고 이를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헌재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월한 이미지 획득을 위해 이들의 정치적 행보에 관한 비판 여론을 확보하는 방안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헌재에 대해선 향후 개헌 정국 도래에 대비해 치밀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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