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경기 후퇴 신호가 또 나왔다. 통계청이 오늘 발표한 6월 산업활동동향에서 전체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0.7% 줄어들어 3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투자는 전월보다 5.9% 후퇴해 4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투자가 4개월 연속 줄어든 것은 2000년 9∼12월 이후 18년 만에 처음이라고 한다.
투자부진은 최근에 발표된 한국은행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2분기 설비투자 증가율은 -6.6%로 1분기의 3.4%에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건설투자 증가율도 1.8%에서 -1.3%로 전환했다. 투자는 앞으로의 경기동향을 예고해주는 선행지표에 해당한다. 투자가 부진하면 경제가 성장하기 어렵고 고용도 쪼그라들 수 있다.
통계청은 투자부진 원인에 대해 반도체를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가 이뤄졌다가 최근에 조정을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업체 설비증설이 완전히 종료된 것이 아니므로 설비투자가 급격하게 나빠지지는 않으리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투자부진의 원인은 좀 더 복합적인 것으로 보인다. 경기가 순환 사이클상 수축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상반기보다는 하반기, 올해보다는 내년 경기가 더 나빠진다는 것이다. 게다가 미국-중국 무역 분쟁, 신흥국 위기, 미국 금리 인상 등 대외 불안요인도 많다.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제 근무 등 국내정책에 따른 노동비용 상승도 투자를 누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한마디로 기업이 투자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뾰족한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는 않다. 그러나 기업들이 우리 경제와 사회에 기여하는 긍정적인 측면에 좀 더 시야를 둔다면 돌파구를 마련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일부 국내 대기업들에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청 중소기업으로부터 납품받으면서 일방적으로 가격을 깎고, 대기업끼리 서로 담합해서 공정경쟁을 해치고,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를 하고,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탈법과 편법을 동원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긍정적인 역할도 하고 있다. 일자리를 만들고, 수출하고, 세금을 낸다. 그동안 한국경제가 성장하는 데 기여한 측면이 분명히 있다.
정부가 대기업의 이런 긍정적인 측면을 고려한다면 재정, 세제, 금융, 산업정책 등에서 기업들의 투자를 촉진하는 방법을 추가로 생각해낼 수 있을 것이다. 기업들의 불법과 불공정은 엄단하되 긍정적 측면은 평가해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이달 초에 삼성을 방문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김 부총리는 이번 삼성 방문에서 고용과 투자를 독려하고 규제 등 애로사항에 대해 직접 듣는다고 한다. 김 부총리는 혁신성장에 도움이 된다면 중소기업이든 대기업이든 따지지 않고 만나겠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초 인도 방문과정에서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을 만나 고용과 투자를 독려한 바 있다. 이런 움직임이 기업에 대한 인식 전환의 시작이 되기를 바란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