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고법원 법무부 설득방안 문건서 영장제도 '빅딜 카드'로 제시
"상고법원은 절체절명의 과제…최후의 충격요법 강구해야"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양승태 사법부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법무부를 우군으로 돌려세우기 위해 영장제도 개편을 '빅 딜' 수단으로 검토한 정황이 드러났다.
영장재판이 일선 법원의 독립적 업무인데도, 법원행정처는 구속영장 발부비율을 높이는 방안까지도 법무부를 움직일 '협상 카드'로 고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행정처가 31일 추가 공개한 '상고법원 입법추진을 위한 법무부 설득 방안'이라는 제목의 대외비 문건을 보면 양승태 행정처 기획조정실은 법무부의 태도 변화를 이끌기 위해 "최후의 충격요법을 강구해야 한다"며 "강온 양면 설득전략에 따른 빅딜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상고법원 관련 법무부 대응 문건은 2015년 4월부터 7월까지 여러 건이 생산됐다. 대부분 중복된 내용을 담은 것에 비춰볼 때 필요에 따라 기존 문건을 재활용해 보고한 것으로 추정된다.
행정처는 '상고법원안은 다른 현안과 비교 불가한 절체절명의 과제', 'CJ(양승태 대법원장을 지칭) 최대 역점 사업이자 사법부의 가장 중차대한 추진 과제' 등 원색적인 표현을 써가며 상고법원 추진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행정처는 압박 및 회유 양면전략을 내세웠다.
압박 전략으로는 법무부의 협조가 없을 때 양 기관의 관계가 파탄에 이를 것이고, 법무부가 국회와 청와대 뒤에서 입법방해를 하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엄중히 경고하는 방안이 문건에 담겼다.
회유 전략으로는 빅 딜 카드를 내세우도록 했다. 행정처는 문건에서 "법무부와 검찰이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영장제도의 변화를 매개로 활용해야 한다"며 "수사업무와 직결돼 있어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구체적인 협상 카드로는 ▲ 체포·구속영장제도 개선 ▲ 디지털 증거의 압수수색 절차 정비 및 증거능력 인정 확대 ▲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검사 보임 ▲ 사법정책연구위원으로 검사 위촉 ▲ 공안사건 전담 재판부 설치 방안 등을 사법부가 수용할 수 있는 협상 카드로 들었다.
영장제도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사법부가 수용할 수 있는 개선방안으로는 '영장 없는 체포 활성화 및 체포 전치주의 도입' 방안을 거론하면서 "수사기관에 체포에 관한 상당한 재량권을 부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구속심사에 대해서는 '체포 후 계속 신병확보 필요성 등 심사' 방안이 거론돼 있다. 이는 체포 전치주의와 관련을 맺는 것이다.
구속수사가 필요하면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우선 체포한 뒤에 계속 신병을 확보할 필요성이 있는지를 법원으로부터 판단 받는 방식을 지칭한다. 이를 두고 법원행정처는 '사실상 체포와 구속의 일원화', '외부에는 구속 여부에 대한 엄격 통제 방안으로 표방 가능'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체포 상태에서 수사결과가 영장실질심사에 반영되므로 구속률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라고 판단했다.
정세분석을 통해 2015년 4월 성완종 전 의원의 자살이 청와대와 법무부, 검찰에 "죽음의 역공과 메가톤급 후폭풍을 발발할 것"이라며 상고법원 추진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하기도 했다.
행정처는 이 밖에 김현웅 당시 법무부 장관의 성향을 분석하고 김주현 당시 법무부 차관의 법원 내 인맥을 소개하는 등 최고위급 직접 설득방안까지 접촉 단계별로 대응 문건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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