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양승태 사법부가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청와대·국회·정부·변호사 단체·언론 등을 상대로 전방위 로비나 회유를 시도한 정황이 문건으로 확인됐다. 법원행정처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 조사단'이 입수한 410개 문건 파일 중 미공개 분 196개(중복 32개 제외)의 전부를 31일 공개하면서다. 이로써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례가 한층 늘어나고, 검찰이 강제 수사에 박차를 가해야 할 필요성도 더 커졌다.
추가 공개된 문건을 보면 청와대 설득 방안, 2016년 최순실의 '국정 농단' 사건 이후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하야 가능성, 특검법 통과 이후 정국 전망, 국회의원 성향 분석, 민변 대응 전략, 대 언론 홍보 전략, 총선 및 재보선 영향 분석 등 상고법원 도입에 필요한 사회 전반적 상황 점검과 사법부의 대응 전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간 언론 보도나 검찰 수사를 통해 제기된 각종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문서로 대부분 확인된 것이다. 사법부도 조직인만큼 자신의 이해 관철을 위해 어느 정도의 정보 수집과 대응책 마련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고도의 준법의식과 직업윤리로 무장해야 할 판사 집단이 목적 달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는 것은 용서받기 어렵다. 앞서 제기된 재판 거래·판사 사찰 의혹과 마찬가지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한 부분이다. 국민 입장에서는 상고법원이 뭐길래 법원행정처가 이런 무모한 탈법·불법 행위를 불사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법원 구성원의 여러 의견을 고려하고 국민의 공개 의견을 겸허히 받아들여 미공개 파일을 공개한다"며 "이는 사법행정권 남용으로 인해 '국민을 위한 재판'에 역행하는 행위를 다시는 하지 않겠다는 다짐"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문건 추가 공개가 국민 환영을 받기는 어려워 보인다. 본격화한 검찰 수사에 그간 사법부가 보인 협조가 너무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자료 제공은 최소한에 그쳤고, 검찰 수사팀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 17건 중 법원이 실제 발부한 것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장을 상대로 한 2건에 불과하다. 시민단체 등이 관련자들을 상대로 제기한 고소·고발 사건에 대해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달 15일 검찰 수사에 적극적인 협조를 약속한 것과 전혀 딴판이다. 이럴 거면 사법부가 자체적으로 문제 해결을 하지 왜 검찰 수사를 수용했느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사태를 이 지경으로 몰고 간 데는 누구보다 김 대법원장의 책임이 크다. 세 차례에 걸친 사법부 내부 조사가 끝난 지난 5월 초 김 대법원장은 이전 사법부 법원행정처의 일탈이 형사적으로는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쪽으로 결론 내렸다. 그러나 이후 법원 안팎에서 비판 여론이 비등하자 고심 끝에 검찰 수사를 받아들이고 적극적 협조를 다짐했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사법부가 검찰 수사에 응하는 태도를 보면 협조는커녕 방해에 가까워 보인다. 그러는 사이 사법부에 대한 국민 불신은 한층 고조됐고 김 대법원장의 개혁 의지마저 의구심을 사는 상황이 됐다. 사법부는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지금이라도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응해야 한다. 어정쩡한 태도를 고수하다가는 현 사법부 지도부도 적폐세력으로 몰릴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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