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시범철수·JSA비무장화·유해공동발굴 등 실무접촉 하기로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남북은 31일 열린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비무장지대(DMZ)를 평화지대로 만들기 위한 세부 의제를 논의한 결과, 큰 틀에서는 견해 일치를 봤지만 최종 타결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번 회담에서는 지난달 8차 회담에서 운을 뗐던 DMZ내 GP(감시초소) 상호 시범철수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DMZ내 6·25전사자 유해공동발굴 등의 문제가 집중적으로 협의됐다. 이들 의제는 4·27 판문점 선언의 합의 사항인 'DMZ 평화지대화'를 실현하는 핵심적인 과제로 꼽혀왔다.
남북이 이들 의제에 견해 일치를 보고 공감하면서도 최종 타결을 망설이고 있는 것은 실행 전 선결돼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는 인식 때문으로 보인다.
GP 시범 철수와 관련해서는 상주하는 병력과 배치된 장비를 후방부대로 이관하고, 또 GP 건물을 철거할지 여부 등에 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예를 들면 우리 측에서는 돌발 상황 발생시 병력을 신속히 재투입하도록 GP 건물을 남겨둬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한 반면, 북측은 아예 철거를 희망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국방부 관계자는 "GP 철수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 것이냐가 중요한 문제"라며 "MDL(군사분계선) 이내에 있는 GP 중에서 어느 것을 시범적으로 철수하고, 그 GP는 어떤 형태로 철수할 것이며, 그 구조물은 어떻게 할 것이냐의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범적으로 철수를 해보고 조금 더 영역을 넓히는 방향으로 출발할 수 있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강조했다.
최전방에서 적을 감시하는 '척후병'의 역할을 하는 곳이 GP의 임무이기 때문에 철저한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철수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국방부의 입장이다.
DMZ에는 우리 군이 80여 개(병력 미상주 20여 개 포함), 북한군은 160여 개의 GP를 운용하고 있다. 남북 GP는 DMZ를 횡으로 관통하는 MDL 위·아래쪽으로 각각 1㎞ 거리 안팎에 설치되어 있지만, 실제 거리가 580여m인 곳도 있다.
남북 GP에는 북한 병력 1만여 명을 포함해 1만2천여 명 가량이 상주해 있다. 코앞 거리에서 이처럼 대규모 정규군 병력이 대치하는 곳은 전 세계에서 DMZ가 유일하다고 군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JSA 경계병력이 완전 비무장 상태로 근무하는 문제도 유엔군사령부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
JSA 경비 책임 임무는 2004년부터 우리 군이 유엔사로부터 넘겨받았지만, 돌발 상황 발생 때 대응 사격 등 무력사용은 유엔사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한국군 경비대대장과 유엔사 소속 미군 경비대대장은 모두 중령이다. 한국군이 경비 책임을 지고 있지만, 무력사용은 미군 대대장의 통제에 따라야 하는 복잡한 지휘체계가 작동하는 곳이다.
이어 DMZ 전사자 유해발굴과 관련해서는 지뢰 작업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어느 구간을 정해, 어느 쪽에서 먼저 지뢰를 제거해야 할지 등의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
DMZ에는 남북 양측이 모두 지뢰를 묻었기 때문에 유해발굴 장소가 지정되면 그곳에 묻힌 '지뢰매설 지도'를 상호 교환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군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북한군 입장에서는 지뢰매설 지도를 제공하면 '침투로'를 공개하는 식으로 비칠 수 있어 군부 협의가 필요할 수도 있어 보인다.
서해 해상에서의 적대행위 중지 문제는 깊숙이 들어가면 북방한계선(NLL)과 맞닿아 있다. 북측은 NLL 대신 '서해경비계선'을 자체적으로 선포해 놓고 있다. 양측의 입장차가 가장 큰 곳이 NLL이다.
DMZ 평화지대화를 실현하는 이런 문제들이 복잡성을 내포하고 있지만, 남북은 이번 회담에서 '큰 틀의 견해 일치'를 봤다는 점에서 최종 합의점 도출 가능성을 밝혔다.
우리측 수석대표인 김도균(소장) 국방부 대북정책관은 회담 후 가진 브리핑에서 "남과 북은 이들 (DMZ 평화지대화를 위한) 조치들을 추진해 나가는 데 있어서 큰 틀에서 견해의 일치를 보았다"며 "구체적 이행 시기 및 방법 등에 대해서는 전화통지문, 실무접촉 등을 통해 계속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도 "대부분 의제에 대한 이견이 좁혀졌는데 몇몇 의제가 조율되지 못해 막판에 공동보도문을 못 내는 것으로 결정된 것 같다"고 전했다.
북측 단장인 안익산 중장(우리의 소장격)의 회담 종결발언도 타결 전망을 밝게 해준다는 관측이 나온다.
안 단장은 "오늘 충분히 남측의 생각을 알았고, 우리가 생각하는 바도 남측에 충분히 전달해졌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회담이 무척 생산적이었다"면서 "오늘 논의한 문제들은 그 하나하나가 말 그대로 역사적 의의를 가지는, 북남관계사에서 역사적 의의를 가지는 그런 문제들"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는 (의제들에 대해) 견해 일치를 보았다"면서 "정식으로 합의서를 만들 때 그때 세부적으로 밝혔으면 좋겠다"고 말해 타결 가능성을 낙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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