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종영…KBS는 김제동 프로로 시끌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이도연 기자 = 일명 '나꼼수' 4인방을 비롯해 방송인 김제동까지 지상파 시사 프로그램에 진출하는 '장외논객'이 늘어나는 데 대해 방송사 안팎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온다.
한쪽에서는 지상파에서 장외논객의 목소리로 시사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게 신선하고 반갑다는 평을, 다른 한쪽에서는 논란 등 리스크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방송가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사례로 꼽히는 김어준 딴지일보 대표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를 넘어 2016년부터 tbs FM(95.1㎒)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통해 특유의 입담으로 '골수팬'을 확장했다. 덕분에 연초부터는 SBS TV에서도 자신의 이름을 내건 '블랙하우스'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김어준과 '그것이 알고 싶다'의 배정훈 PD가 손잡고 시작한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는 여러 면에서 신선한 시도를 많이 했다.
국내 정치와 시사부터 외신, 탐사 보도까지 다양한 이슈를 김어준만의 시각과 대중에 더 친밀한 방식으로 풀어냈고, 개그우먼 강유미와 '잡학 박사' 타일러 라쉬의 합류도 눈길을 끌었다.
그러면서도 방송 초반부터 고(故) 유병언 세모그룹 회장의 장남 대균 씨, 권양숙 여사 비서실장 등 이슈 중심에 있는 인물들과의 인터뷰, 다양한 단독 자료를 입수해 공개하는 등 시사 프로그램으로서의 무게감도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김어준이 '나꼼수'에서 함께 활동한 정봉주 전 의원의 성추행 의혹을 다루면서 프로그램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정 전 의원에 유리한 증거만을 제시하면서 그의 거짓 해명에 편승했다는 지적이 일었다.
결국 SBS는 '제작진' 이름으로 "진실규명에 혼선을 야기해 사과한다"는 입장문을 내놨다. 이후 '블랙하우스'는 계속 방송됐지만, 결국은 당초 계약한 25회까지만 방송하고 시즌2는 진행하지 않기로 김어준과 제작진이 합의했다. 8월 첫 주 방송을 끝으로 종영하게 됐으니, '실험'이 약 반년 만에 끝나게 된 셈이다.
주진우, 김용민도 지상파에 뛰어들었다.
주진우는 특히 예능(KBS 2TV '1%의 우정')과 시사교양 프로그램(MBC TV '스트레이트', '판결의 온도')을 넘나들며 활발하게 활동 중이고, 김용민은 SBS러브FM(103.5㎒) '김용민의 정치쇼'와 KBS 1라디오(97.3㎒) '김용민 라이브' 등 라디오를 종횡무진한다.
두 사람 역시 대중의 속을 시원하게 하는 촌철살인 등으로 인기몰이를 하지만, '리스크'는 역시 크다. 최근 주진우는 이재명 경기지사와 배우 김부선 간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논란의 도마 위에 함께 올랐고, 김용민 또한 과거 정제되지 못한 언행이 늘 따라다닌다.
KBS는 최근 진보 성향의 방송인 김제동을 MC로 내세우는 심야 시사토크쇼를 기획하다가 내부 우려에 부딪혔다. 2TV도 아닌 1TV '뉴스라인' 시간대에 편성하겠다고 나선 것이 논란을 더 키운 모양새이다.
KBS는 시사교양 PD들이 제작하는 프로그램을 매주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밤 11시에 방송하는 안을 마련했으나, KBS 기자협회가 프로그램과 관련한 회의를 열고 '뉴스라인'의 정시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의견을 내는 등 안팎이 시끄러운 분위기다.
이에 KBS는 "김제동과 긍정적으로 협의 중이며 여러 안을 놓고 논의 중"이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다시 밝혔다.
이처럼 인지도 높고 대중에 친숙한 장외논객들을 지상파 시사 프로그램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화제성을 견인하고 시청자의 이목을 붙들어놓기 유리하다는 큰 장점이 있지만, 객관성과 신뢰도에 대한 우려가 늘 따라다닌다.
뉴스가 '사실'을 그대로 전달하는 프로그램이라면, 시사 프로그램은 '사실'에 스토리 등 여러 포장지를 입힌 장르이기에 더욱 객관성이 담보돼야 한다는 차원에서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2일 "보도의 신뢰도는 숙련된 취재와 데스크 과정에서 나온다"며 "장외논객들을 끌어오는 데는 확실한 장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유홍식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정치 평론가들이 하는 시사 프로들이 등장한 배경은 전통적인 저널리즘이 정치 권력에 의해 망가진 데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사람들이 SNS 등을 통해 자신의 방향성과 맞는 사람들을 찾아내고, 정보와 해석을 함께 얻으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장외논객들의 지상파 진출에 대해서는 "결국은 시장의 논리에 의해 움직일 것이다. 시청자들이 팟캐스트에서 그들을 보는 건 좋지만 TV에서 보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하면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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