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AF "국적 취득 후 3년 동안 국제대회 출전 금지"
에루페 측 "해석 여지 있다"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케냐 출신 마라토너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30)가 이제 한국인 '오주한'으로 42.195㎞를 달린다.
에루페의 대리인 오창석 백석대 교수는 1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에루페가 특별귀화 대상자 선정 소식을 듣고 무척 기뻐했다. 현재 케냐에서 훈련하며 선교사로부터 한국어를 열심히 배우고 있다"며 "한국인 오주한으로 뛰는 에루페의 모습을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오주한은 에루페의 한국 이름이다. 에루페가 "한국 아버지"라고 부르는 오창석 교수의 성에 '한국을 위해 달린다'는 의미로 주한(走韓)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법무부는 7월 31일 제3차 국적심의위원회 회의를 열고 에루페(30)를 우수인재 특별귀화 대상자로 선정했다.
지난해 4월 특별귀화 신청이 무산됐던 에루페는 마침내 한국 국적을 취득하게 됐다.
에루페는 2015년 6월부터 청양군청 소속으로 뛰고 있다.
그는 2016년 한국 국적을 얻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하는 꿈을 꿨다. 케냐도 에루페에게 대표팀 합류 가능성을 문의했지만, 에루페는 한국 국적 취득을 위해 케냐의 요청을 거절했다.
이제 에루페는 '한국인 오주한'으로 2020년 도쿄올림픽 출전하는 꿈을 꾼다. 오창석 교수는 "에루페가 도쿄올림픽에 출전하면 충분히 3위 이상의 성적을 거둘 수 있다"고 했다.
에루페의 개인 최고 기록은 2016년 3월 서울국제마라톤에서 세운 2시간05분13초다. 올해도 서울국제마라톤에서 2시간06분57초로 우승했다.
그러나 에루페가 도쿄올림픽 남자 마라톤 출발선에 서기 전까지는 높은 장벽이 있다.
현재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규정을 따르면 에루페의 올림픽 출전이 불가능하다.
IAAF는 7월 28일 이사회를 열고 "국적 변경 선수의 국가대표 출전이 가능한 시점을 'IAAF 승인 신청 후 3년 뒤'로 정한다"고 밝혔다. 종전 '한 나라를 대표해 국제대회에 출전한 선수는 귀화 후 3년이 지나야 새로운 나라의 대표로 뛸 수 있다. 국가대표 경력이 없는 선수는 귀화 1년 뒤 새로운 국가의 대표로 나설 수 있다'는 규정을 강화한 것이다.
에루페는 케냐 대표로 뛴 적이 없다. 예전 규정을 따르면 에루페는 2019년 8월부터 한국 국가대표로 나설 수 있다. 그러나 IAAF가 새로운 규정을 적용하면 2021년 8월부터 국가대표 자격을 얻는다.
사실 IAAF는 '20세 미만 선수들의 무분별한 귀화'를 막기 위해 규정 변화를 꾀했다. 케냐 출신 루스 예벳이 17세 때 바레인으로 귀화해 2016년 리우올림픽 여자 3,000m 장애물에서 우승하면서 아프리카 국가를 중심으로 "20세 미만 선수의 귀화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거셌다.
IAAF는 "분쟁, 정치적 학대 등을 제외한 20세 미만 선수의 귀화를 불허한다"고 했다. 여기에 20대 초반의 선수가 귀화하는 걸 막고자 '귀화 후 3년간 국가대표 발탁 금지 방안'을 만들었다.
IAAF 내부에서도 "더 나은 생활과 훈련 환경을 추구하는 걸 문제 삼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해석도 에루페의 도쿄올림픽 출전 여부의 변수가 될 수 있다.
IOC는 IAAF보다 귀화 선수의 대회 출전에 관대하다. 다른 부문에서도 IAAF의 강경한 제재에 IOC가 관대한 태도를 보여 올림픽행이 성사된 사례가 있다.
IAAF가 조직적인 도핑 의혹을 제기하며 러시아 육상선수 전체의 국제대회 출전을 불허했으나, IOC는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여자 멀리뛰기 다리야 클리시나의 출전을 허용했다. 이후 IAAF는 "도핑 의혹이 없는 러시아 선수를 심사해 중립국 신분으로 국제대회에 나설 수 있게 하겠다"고 징계 수위를 낮췄다.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도 IOC가 문턱을 낮춰 귀화 선수의 출전을 허용할 수 있다. 오창석 교수도 "올림픽은 IOC가 주관하는 대회라서, 희망을 품을 수 있다"고 했다.
에루페는 10월 21일에 열리는 경주 국제마라톤에서 '오주한'이란 이름으로 첫 레이스를 펼친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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