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대기업 구내식당 때문에 지역상권 죽는다"

입력 2018-08-01 14:47  

"실리콘밸리 대기업 구내식당 때문에 지역상권 죽는다"
샌프란시스코 시의원들 '신축 건물 구내식당 금지' 조례안 발의

(서울=연합뉴스) 김현재 기자 = 실리콘밸리 거대 테크 기업들은 그들의 기술 수준만큼이나 높은 종업원 복지로 부러움을 사고 있다.
'캠퍼스'로 불리는 이들 회사 구내에는 체육관, 의료시설, 세탁소 등이 갖춰져 직원들에게 무료로 제공된다. 당연히 셔틀버스도 공짜다.



압권은 구내식당이다. 유명 레스토랑의 최고 셰프들을 채용해 직원들에게 무료 식사를 제공하는 것이다. 심지어 아시아계 직원을 위해 인도, 한국, 태국, 일본 음식도 제공하는데 그 맛이 수준급이다.
그런데 이 식당들에 대해 샌프란시스코 시의회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뉴욕타임스(NYT)는 1일 "샌프란시스코 시의원 2명이 새로운 기업 건물에 종업원 구내식당을 금지하는 조례안을 제안했다"면서 "이 안이 통과될지는 불확실하지만, 현대 테크 산업계에서 가장 확고히 자리 잡은 전통 가운데 하나에 대한 가장 직접적인 공격"이라고 말했다.
이 조례안의 목표는 기술기업 종사자들이 구내식당에서 나와 인근 지역 레스토랑을 이용토록 하는 것이다.
현재 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한 실리콘밸리 지역은 기술 대기업 직원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간의 소득 불균형이 사회적으로 큰 이슈다.
최근 10여 년간 테크 대기업들의 급성장으로 직원 수가 대거 늘어나면서 이들의 높은 임금에 맞춰 집값과 임대료 등 생활비가 급등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방 한 칸짜리 아파트의 평균 월 임대료가 3천259달러(370만 원), 집값 중간가격은 160만 달러(19억 원)가량으로 미국 내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조례안의 공동 발의자인 아론 페스킨 시의원은 "기술기업들은 도시에 들어와서는 격리된 캠퍼스를 만들고 있다"면서 "이 조례안은 이들의 이익에 반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지역 공동체로 통합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시는 지난 2011년부터 투자와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시 다운타운에 입주하는 기술기업에 대한 세금 감면 혜택을 주기 시작했다.



그 결과 몇 년 만에 트위터, 스퀘어, 우버 등 스타트업들이 이른바 '미드 마켓'으로 불리는 시내 중심부로 들어왔다.
하지만 이들 기업의 유치로 번성할 것으로 기대됐던 지역 상권은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다.
미드 마켓 지역의 식당 여러 개가 충분한 고객을 확보하지 못해 문을 닫은 상태다.
페스킨은 "우리는 지역 활성화를 위해 엄청난 세금 혜택을 줬는데, 그들은 모두 자신들의 테크 궁전을 만든 뒤 벽을 쳤다"고 주장했다.
그는 "조례안은 기존 건물의 카페테리아는 그대로 유지하도록 허용하지만, 새롭게 들어서는 건물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밖에 나가서 식사하거나 최소한 음식을 싸들고 와서 식사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뿐 아니라 페이스북 본사가 있는 마운틴뷰 시 당국도 올가을 완공되는 페이스북의 새 사옥 건물에서는 무료 식사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행정명령을 내렸다.
스탠퍼드 대학의 실리콘밸리 역사 연구가인 레슬리 베를린은 '트러블 메이커'라는 저서에서 "자신들만의 생태계, 이런 고립된 단일 문화의 위험이 무엇이겠냐"며 테크 기업들과 지역 공동체간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조례안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소규모 스타트업인 돌비 레버러토리의 제임스 매닝은 NYT 인터뷰에서 "내가 무엇을 먹을 것인지에 대해 지방정부가 개입하는 것을 반대한다"면서 "대다수 테크 종사자들은 부자가 아니다"고 말했다.
대기업 직원들도 불만은 마찬가지다. 마이크로소프트에 다니는 한 직원은 "음식 먹는 데 돈을 쓸 여유가 없다. 임대료를 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 시의회는 이 조례안을 올가을 표결로 처리할 예정이다.
kn020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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