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명 더위 먹고 쓰러진 골프대회도 있었다

입력 2018-08-02 05:05   수정 2018-08-02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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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명 더위 먹고 쓰러진 골프대회도 있었다

낮기온 42℃ 속에 치른 2007년 PGA챔피언십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골프 경기는 고스란히 자연에 노출된다. 바람과 비는 골프 경기에서 변수가 아니라 상수로 간주한다.
더위도 빼놓을 수 없다.
1월부터 9월까지 매주 대회를 치르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는 폭염 속 경기를 피할 수 없다.
더러는 살인적인 더위에 경기가 열리기도 한다.
PGA투어 사상 가장 뜨거운 더위에 열린 대회는 2007년 PGA챔피언십을 꼽는다.
당시 대회 최종 라운드가 열린 오클라호마주 털사의 서던 힐스 골프코스에는 낮 기온이 42℃까지 올라가는 더위가 닥쳤다.
최종일만 더운 게 아니었다. 1라운드와 3라운드 때 기온은 38℃에 이르렀고 2라운드 역시 37℃의 더위 속에 치렀다.

최종일에는 더위를 먹고 쓰러지는 갤러리가 속출해 오전에만 1천명이 응급 처치를 받았다. 의사, 간호사, 응급구조사 등 20여 명의 의료진이 자전거나 골프 카트를 타고 순찰을 하면서 쓰러진 사람들을 돌봤다.
의료진이 진료한 갤러리 가운데 25%는 증세가 심해서 귀가하라는 권유를 받았다.
선수와 캐디들도 더위에 애를 먹었다. 이 더위를 뚫고 우승 트로피를 가져간 선수는 타이거 우즈(미국)였다.
1964년 US오픈 우승자 켄 벤투리(미국)는 더위와 싸움에서 살아남아 전설이 됐다.
당시 최종 라운드는 하루에 36홀을 치렀다. 기록에 남아 있는 최종일 기온은 무려 41℃였다.
벤투리는 오전 18홀을 돌고선 더위를 먹고 쓰러졌다. 라커룸에 뻗어 누운 그를 진찰한 의사는 "나가면 죽을지도 모른다"며 경기를 포기하라고 조언했다. 벤투리는 남은 18홀 경기를 강행했고 기어코 우승했다.
미국골프협회(USGA)는 이듬해부터 하루 36홀을 치르는 최종 라운드 경기 방식을 폐지했다.
PGA투어 선수와 갤러리를 괴롭히는 더위는 봄에도 들이닥치곤 한다.
작년 5월 텍사스주 포트워스의 콜로니얼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딘&덜루카 인비테이셔널 3라운드 때 조던 스피스(미국)의 캐디 마이클 그렐러가 더위를 먹고 쓰러진 사건은 더울 때마다 입길에 오르내린다.

당시 대회장 낮 기온이 35.6℃까지 올라갔다. 습도가 높아서 체감기온은 42℃가 넘었다. 이곳에는 5월에도 이런 살인적 더위가 자주 나타난다.
그렐러는 11번 홀에서 더위를 먹고 쓰러져 응급차에 실려 갔다. 스피스의 트레이너가 급히 달려와 대신 백을 메는 소동이 벌어졌다.
올해도 이 대회에 출전한 선수와 캐디들은 더위와 싸우느라 고생했다.
우승자 저스틴 로즈(잉글랜드)는 "경기 때 물을 20병씩 마셨는데 한번도 화장실을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땀으로 수분이 모조리 빠져나갔다는 얘기다.
테네시주 멤피스의 사우스 윈드 TPC에서 열리는 세인트주드 클래식은 6월에도 늘 강한 더위로 악명이 높다.
PGA투어 조사에 따르면 이 대회 75%는 32℃가 넘는 기온 속에서 치러졌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에는 골프 대회를 잘 열지 않는다. 대회 흥행이 안 되기 때문이다.
올해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는 7월 22일부터 8월 10일까지 여름 방학이다. 한국프로골프(KGT) 코리안투어 역시 7월 8일부터 8월 16일까지 대회를 쉰다.
kho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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