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앰네스티 "인권 보호 역사적 사건 될 것" 지지 표명
(서울=연합뉴스) 이동경 기자 = 프란치스코 교황의 모국인 아르헨티나에서 선택적 낙태 합법화의 의회 표결을 앞두고 의사들 간 찬반양론이 충돌하고 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정부청사인 '카사 로사다' 앞 마요 광장에서는 '생명을 위한 의사' 단체 소속 의료인 1천여명이 낙태 합법화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현지 언론들과 AP통신 등 외신이 1일 보도했다.
이들은 태아 모양의 인형과 함께 "나는 의사이지, 살인자가 아니다"라는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낙태 반대 의료계는 생명 탄생을 방해하는 태아의 파괴 행위, 즉 죽음을 해결책으로 선택한다면 아무런 어떠한 선(善)도 이뤄질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 낙태 찬성파들은 합법화가 되면 매년 비정상적인 낙태를 시도하는 50만의 임신부 중에서 목숨을 잃는 사고를 줄이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아르헨티나 하원은 지난 6월 임신한 지 14주 이내에 선택적으로 낙태를 허용하는 법안을 찬성 129표 대 반대 125표로 간신히 가결했고, 상원은 오는 8월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1921년부터 낙태를 엄격하게 금지한 아르헨티나는 임신부가 위태롭거나 성폭행으로 임신했을 경우를 제외하고 낙태를 하면 의사와 임신부를 최대 징역 4년형에 처하고 있다.
낙태 합법화를 지지하는 국제앰네스티는 홈페이지에 올린 논평에서 "아르헨티나의 낙태 허용은 역사적인 일이 될 것"이라면서 "녹색 물결 운동은 의심할 여지 없이 중남미 인권 보호 확산의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녹색 물결은 낙태 합법화에 찬성하는 아르헨티나 여성들이 녹색 스카프와 의상 등을 착용하고 시위를 벌이는 것을 의미한다.
연간 50만건에 달하는 아르헨티나의 비정상적 낙태는 전체 임신의 40%에 해당하고, 지난 30년간 이러한 불법 낙태가 산모 사망의 첫 번째 원인이 될 정도로 아르헨티나의 의료 수준이 열악하다고 앰네스티는 지적했다.
앰네스티는 지난 60년간 30여 개 국가에서 임신부의 인권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낙태를 허용하는 쪽으로 법을 개정했다고 설명했다.
인구의 90%가 가톨릭교도인 아르헨티나에 낙태가 합법화하면 현재 쿠바와 우루과이, 멕시코 등의 국가에서만 낙태가 허용된 중남미 지역에 임신부 인권 보호가 확산할 수 있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앰네스티는 전망했다.
앰네스티는 "수백만 명의 목숨이 아르헨티나 상원의원들에게 달려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브라질 연방대법원도 이달중 공청회를 열어 낙태 허용에 관해 여론을 수렴하는 등 가톨릭 국가가 대부분이 중남미 지역에 낙태 합법화 분위기가 확산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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