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 못 찾고 표류하는 한국 승마…힘 빠진 '자카르타 가는 길'

입력 2018-08-01 16:52  

수장 못 찾고 표류하는 한국 승마…힘 빠진 '자카르타 가는 길'
'최순실 사태' 이후 잇단 회장 사퇴로 지도부 공백…관리단체 지정 위기



(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아시안게임 '효자 종목' 중 하나인 승마가 자카르타·팔렘방 대회를 앞두고 장기화하는 지도부 공백으로 여전히 몸살을 앓고 있다.
1일 대한승마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30∼31일 제38대 회장 보궐선거 재선거에 나설 후보자 등록을 받은 결과 한 명도 지원하지 않으면서 선거가 무산됐다.
6월 초 배창환 전 회장이 물러난 이후 후보자가 없어 지난달 초 보궐선거를 치르지 못한 데 이어 재선거에도 나서는 이가 없었다.
짧게 보면 배 회장 사퇴 이후지만, 승마협회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여파로 회장사이던 삼성이 지난해 2월 손을 떼고선 사실상 기능 마비 상태가 이어졌다.
지난해 4월 손명원 전 회장이 당선됐으나 이사회 구성부터 난항을 겪으며 본격적인 정상화 작업은 시작도 못 한 채 지난해 12월 사퇴했다.
올해 3월 배 전 회장이 '구원투수'로 나섰지만, 초기부터 이사회 구성과 출연금 문제 등을 놓고 일부 대의원과 갈등을 빚다 결국 협회를 떠났다.
이후 두 번이나 선거가 무산되면서 이제 정상화는커녕 관리단체로 지정될 위기에 놓였다.
체육회 정관에 따르면 '60일 이상 회원단체장의 궐위 또는 사고'는 관리단체 지정 사유에 해당한다.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있어 당장은 논의가 어렵지만, 대회 이후에도 상황이 바뀌지 않으면 관리단체 지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협회의 표류는 아시안게임 준비로 직결된다.
손 전 회장 사퇴 이후 올해 초 사업 계획이 확정되지 않으면서 국내 대회 일정조차 잡지 못해 애를 먹었고,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전마저 배 회장 재임 시기에 가까스로 진행됐다.
11명의 대표 선수는 선발전 외에는 이렇다 할 경기를 치르지 못한 채 개별 훈련을 소화하다 2일 소집돼 인도네시아로 떠나는 11일까지 훈련을 진행한다.
출전에 필요한 비용은 통상 운영비나 인건비로는 쓰지 않는 것으로 여겨지던 경기력 지원비 적립금을 사용하기로 했고, 장소 등은 한국마사회의 협조를 받았다.
어렵사리 대회에 나설 수는 있게 됐지만, 일련의 상황에 따른 선수들의 심리적인 동요는 피할 수 없는 부분이다.
협회 관계자는 "승마에 대한 여론이 나아지지 않아 선뜻 협회를 맡겠다고 나서는 인물이 없는 것 같다"면서 "아시안게임 결과가 잘 나오면 좋겠지만, 4년 전 워낙 성적이 좋았던 데다가 상황도 이렇다 보니 그때만큼 기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한국 승마는 역대 아시안게임에서 15개의 금메달을 따내 일본과 함께 가장 많은 금메달을 차지한 국가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특히 4년 전 인천 대회 때는 마장마술과 종합마술 개인·단체전을 석권하는 등 금메달 4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로 출전국 중 최고 성적을 거뒀다.
song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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