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바브웨 봄 안온다…부정선거 항의에 군인들이 실탄사격(종합2보)

입력 2018-08-02 09:49   수정 2018-08-03 18:39

짐바브웨 봄 안온다…부정선거 항의에 군인들이 실탄사격(종합2보)

독재자 무가베 축출 후 첫 선거에서 3명 사망 유혈사태
"폭력으로 선거 도둑질"…대선 결과발표 지연·총선은 여당 압승


(카이로·서울=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박인영 기자 = 아프리카 남부 짐바브웨에서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 전 대통령을 몰아내고 처음 실시한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에서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되면서 새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다.
여기에 거리로 나선 야당 지지자들을 짐바브웨 경찰과 군인들이 실탄을 발사해 3명의 사망자가 나오는 등 유혈사태로 빚어지면서 최악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야당 지지자 수백명은 1일(현지시간) 낮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의 선거관리위원회 건물 주변에서 집권당 '짐바브웨아프리카민족동맹애국전선'(ZANU-PF)과 정부의 부정선거 의혹에 항의하는 시위를 했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시위대는 거리를 막고 타이어를 불태웠으며 경찰은 물대포와 최루가스 등으로 진압했다.
군인들은 장갑차를 타고 현장에 도착한 뒤 실탄을 쏘며 시위대를 해산했다.
dpa통신에 따르면 야당 민주변화동맹(MDC)의 고위 간부인 텐다이 비티는 "하라레에서 시위대가 경찰과 군인들의 진압 과정에서 살해됐다"고 주장했다.
경찰과 군인들의 폭행으로 부상자도 다수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짐바브웨 당국은 이날 시위 과정에서 3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한 시위 참가자는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나는 평화적인 시위를 하고 있다가 군인들한테 맞았다"며 "이것이 우리 정부이고 우리가 변화를 원하는 이유다. 그들(정부)은 우리 선거를 도둑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머슨 음낭가과 짐바브웨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시위 사태에 대한 모든 책임은 야당에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는 국가의 평화를 저해하는 이번 사태의 책임을 민주변화동맹과 그 지도부에 묻는다"며 정부는 평화 선거를 위해 "비상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날 짐바브웨 선관위는 대선과 함께 실시된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집권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선관위는 의회 전체 210석 가운데 이날 현재까지 집권당이 144석, 민주변화동맹이 61석을 확보한 것으로 공식 집계됐다고 밝혔다.
야당과 야권 지지자들은 지난달 30일 대선 이후 선거관리위원회가 개표 결과 발표를 고의로 미루고 있다며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유럽연합(EU), 미국 등의 외국 선거참관단도 짐바브웨 선관위에 대선 결과를 빨리 발표하라고 촉구했다.
선관위는 총선 결과는 집권당이 전체 의석의 ⅔를 차지해 과반 의석을 확보했다고 밝히면서도 대선 결과는 공개하지 않아 의혹을 키우고 있다. 선관위는 오는 2일께부터 대선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번 대선은 37년간 장기집권한 로버트 무가베 전 대통령이 작년 11월 군부 쿠데타로 퇴진한 이후 첫 번째 선거다.
한편 짐바브웨 주재 한국대사관은 인터넷홈페이지에서 시위와 관련, 교민들에게 신변안전에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로이터 제공]

noj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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