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뭐했나" 여고생 성희롱 못 막은 광주교육청 파견교장들

입력 2018-08-02 11:29  

"도대체 뭐했나" 여고생 성희롱 못 막은 광주교육청 파견교장들
학부모들 "모르고 있었다면 직무유기, 알고 있었다면 은폐"



(광주=연합뉴스) 여운창 기자 = 성희롱·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광주 모 여고에는 광주시교육청 파견교장 2명이 3년간 연이어 근무했는데도 이번 사건을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파견교장은 옛 재단의 파행을 막고 학교를 정상화한다는 것이 목표였지만, 파견교장 3년간 성희롱·성추행이 학교에 만연해 이 같은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
이 때문에 학생들을 상대로 한 교사들의 성 비위를 파견교장들이 몰랐다면 직무유기라는 비난과 함께, 만약 알고 있었다면 이를 은폐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사고 있다.
2일 광주시교육청과 해당 학교에 따르면 이 학교에는 2015년 9월부터 현재까지 교육청에서 2차례 교장을 파견했다.
1차 파견교장은 2015년 9월부터 2017년 3월까지 이 학교에 근무했으며 2차 파견교장은 이후 현재까지 이 학교를 맡고 있다.
이 학교는 재단 이사장의 비위 사건으로 학교운영이 파행을 빚자 교육청이 관선 이사를 파견했고 이사회의 요청을 받아 교장도 교육청이 내려보냈다.
하지만 1차 파견교장 재직 당시인 2015년 2명의 교사가 연루된 학생 상대 성 비위 사건이 발생했지만 파견교장이나 관선 이사들이 이를 교육청에 제대로 보고 하지 않았다.
성 비위 혐의 교사 1명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고 나머지 1명은 감봉 1개월의 경징계만 이뤄진 채 사건이 묻혔다.
이후 '품위유지 위반'이라는 사후 보고만 이뤄져 교육청도 이를 파악하지 못했다.
이 사건은 2차 파견교장이 부임하면서 다시 거론되면서 두 교사를 재단 산하 다른 학교로 전보 조처했으나 더 이상의 징계는 없었다.
재단 내 전보 인사란 이유로 교육청 보고도 아예 하지 않았다.
성 비위 사건에 대해 이렇게 쉬쉬하는 사이 여고생들을 상대로 한 학내 성희롱 성추행은 더욱 만연했다.
참다못한 학생과 학부모들이 2차 파견교장에게 최근 이를 처리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이 학교 교사들의 비행이 이제야 외부에 드러났다.
재단 비리로 인한 파행을 막고 학교 정상화를 이유로 교장이 파견됐지만 이처럼 교사들의 잘못된 행동을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1차 파견교장은 정년퇴임 했으며 2차 파견교장은 현재 근무 중이다.
관선 이사까지 있었던 1차 파견교장 당시 발생한 2명의 교사에 대한 처리가 왜 이런 식으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교육청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2차 파견교장도 "학생들에게서 직접 들은 이후에야 교사들의 성 비위를 파악할 수 있었다"는 입장이다.
이 교장은 교사들의 성 비위 행태가 드러나자 학생들에게 눈물을 흘리며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파견교장들이 교사들의 성 비위를 몰랐다면 학교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직무유기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알고도 이를 무시했거나 소홀히 하고 이를 감추려 했다면 사건을 은폐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학교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 학교 3학년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알았든 몰랐든 모두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며 "교육청 파견교장이라 해서 기대했는데 학교가 더 만신창이가 됐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다른 학부모는 "파견교장이 와서 난데없이 사립여고를 혁신학교로 만든다고 해서 황당했는데 정작 해야 할 일은 하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교육청은 당장 파견교장을 교체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파견교장 제도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며 "일단 이번 사건을 규명하고 처벌 규정 등을 잘 살펴 대상과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b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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