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폭염] "고객에 치이고 폭염에 지치고"…에어컨 AS기사 녹초

입력 2018-08-02 16:10   수정 2018-08-02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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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폭염] "고객에 치이고 폭염에 지치고"…에어컨 AS기사 녹초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왜 수리 늦어" 욕설·짜증에 힘 빠져
"끝을 기약할 수 없는 폭염에 고객 인내심도 한계…나였어도 그럴 듯"


(춘천=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눈 뜨자마자 쏟아지는 에어컨 AS 수리 독촉과 수리 중 찜통더위,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연장 수리에 녹초가 따로 없습니다."
강원 홍천의 낮 기온이 기상관측 사상 최고인 41도를 기록한 지난 1일 강원 춘천지역에서 일하는 에어컨 AS 기사 이모(48)씨는 녹초가 돼서 밤늦게서야 귀가했다.
지난 12일부터 한 달 가까이 이어진 폭염에 이씨와 같은 에어컨 수리기사들은 요즘 몸과 마음이 모두 만신창이나 다름없다.
이씨의 하루는 오전 8시 30분부터 시작된다. 출근하자마자 수리 요청이 접수된 사무실과 아파트 등을 확인한 뒤 현장으로 출동한다.
하루 평균 7∼8곳 방문해 에어컨 수리와 점검을 마치고 나면 오후 7∼8시가 지나서야 퇴근하기 일쑤다.
에어컨 고장 수리다 보니 작업은 언제나 찜통더위 속에서 이뤄진다.
실내 에어컨 기기뿐만 아니라 실외기까지 살펴야 해서 땡볕과 찜통을 오가다 보면 온몸은 금세 땀으로 흠뻑 젖는다.
폭염 속에 에어컨 고장 겪는 이용객들의 불편을 고려하면 늘 미안하고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한 심정이다.
그러나 이씨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하는 것은 폭염에 지친 고객의 짜증 섞인 말투와 끊임없는 전화 독촉이다.
폭염에 AS 관련 상담 접수가 폭주하고 고객은 기다리는 입장이다 보니 에어컨 기사들은 고객과 업체 사이에 끼어 늘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기 일쑤다.
이에 이씨는 "조금이라도 출장 수리가 늦어지면 (회사와 고객의) 독촉 전화가 빗발치고 심지어 욕설하는 고객도 있다"며 "부품이 없어서 수리가 일주일 이상 지연된다고 하면 어느 고객이 좋은 반응을 보이겠나. 견딜 수 없는 기록적인 폭염 탓으로 돌릴 수밖에…."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는 "폭염의 끝을 기약할 수 없는 탓에 고객들의 인내심도 한계에 달한 듯하다"며 "매년 여름철 반복되는 일이지만 올해는 기록적인 최악의 폭염 탓에 유난히 힘이 드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난센스 수리 즉, 필터 청소를 하지 않아 작동이 멈춘 상태이거나 실외기 주변 장애물 설치 등으로 인한 단순 오작동 신고 출동만 없어도 출동 신고는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당부했다.
또 다른 대기업에 소속된 에어컨 AS 기사 김모(46)씨도 요즘 최악의 폭염으로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가뜩이나 지난달 1일부터 전면 시행된 주 52시간 근무제 등으로 폭주하는 에어컨 AS 민원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다.
김씨는 요즘 자신에게 할당된 에어컨 수리 주문을 하루 8시간 이내에 맞추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는 "과거에는 수리 시간이 늦어지면 잔업 수당도 받았지만, 요즘에는 기본적으로 주 52시간을 넘지 못하기 때문에 고충이 크다"며 "퇴근 후 야간에 수리를 요구하는 고객도 있어 수당도 못 받고 밤늦게까지 일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AS 센터가 불통이고 수리가 늦다는 고객의 불만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다만 기록적이고 장기간 폭염이라는 점도 헤아려 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나마 짜증과 불만이 난무하는 폭염 속에 에어컨 AS 기사들을 웃게 하는 것은 고장 수리를 마친 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쌩쌩 쐰 고객들의 만족스러운 표정이라고 김씨는 전했다.
j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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